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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애님 이 그림에는 글을 띄울 수 없나요? 도와주세요~~날이 샛어요~~


BY 큰소리★ 2000-08-23






*쇼올을 짜며*
-김 서정-
날이 기울고
가을비가 내린다
제수생인 네 방 문틈에서
불빛이 흘러 나온다

거실 한 켠에 앉아 쇼올을 짠다
너에대한 안타까움을 견딜 수 없는 순간에
숨을 고르며 쇼올을 짠다.

빗소리가 후두둑 듣는다.
작년 대입시험일은 추웠다
날이 추웠던 것인지
시럼 보느라애쓸 너의 추위까지
떠 안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떨었는지
생각해보면 떨리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겨울에 너를 감싸안아 줄
쇼올을 짠다

높은 계단 아래 앉은 것은 너만이 아니었다
나도 재수를 했다
삶은 수많은 시험의 연속이었고
이제 머리칼에 은빛이 도는 나이
왠만한 시험은 다 통과했다고 여겼는데
치뤄야 할 시험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안타까움을 삭이고
넉넉한 웃음으로 너를 품어주기
깊은 곳에서 퍼올린 용기를 부어주기
네가 울면 등을 다독여주고
네가 실망하면 두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털실을 감아
또 한 코를 뜬다
딸아 기억해두렴
네가 두려움과 졸음과 싸울 때
엄마도 너와 똑같이 싸우며 쇼올을 짠다
모든 시간은 쇼올의 한 코 한 코처럼
구체적인것
그 하나하나의 수고와 인내의 흔적들이 모여
한 사람과 한 땅을 따스히 감쌀 수 있는 것

그것은 쇼올을 짜는 엄마가
세월에게 다시 한 번 배우는 것이고
또한 너에게 가르쳐 주고픈 것이다
그걸 알 수 있다면
대입 재수생이지만
인생에서는 재수생이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