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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보러 오세요


BY 야생화 2000-08-23








가 을 편 지




무덥고 가난했던 여름을 잊고



이젠 돌아와 편지를 씁니다.



당신은 등불의 심지를 갈아끼우고



나의 가을 편지를 읽어 주세요.




여름밤에 지던 저녁노을에게서



집없이 떠돌던 바람에게서



밤새도록 빈 그물질만 하다 돌아오는



고깃배에게서



나는 말하는 사랑보다




더 진한 사랑을 배웠고



내 마음속에 넓디 넓은 하늘을



간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당신의 이름 석자가 적힌



하얀 사각 봉투



이 가을에 띄우는 당신에게의 편지.




말 못하고 가난했던 지난 여름을 잊고



등불과 등불을 함께 비춰서



영글고 소중한 열매이고자



이렇게 밤새워



편지를 씁니다.



== 김 영 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