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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현실을 혼돈하여...


BY 포항댁 2000-08-26

드라마"허준"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한의학에 대해 새삼스레 떠들어 대던 무렵이었던가요. (물론 저도 그런 허다잡다한 무리 중의 하나였지요.)

닭고기를 잘 못 먹었는지 몇 번을 채하고 낫기를 반복하다 급기야는 숨도 못 쉴 정도로 심한 체증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것도 약국문도 안여는 일요일 오후에 말입니다.

떼굴떼굴 구르다 기어서 화장실에 가서 억지로 토해도 보고, 죽을 힘을 다해 바늘로 손끝을 찔러 보았지만 효과는 고사하고 하늘이 노래지고 숨이 막힐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때 문득 실낱같은 희망이 내머리를 스쳤고, 우리 아파트에 사신다는 한의사 선생님의 집으로 인터폰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선생님---, 쉬시는데 죄송한데요.배가 지금 무진장 아프거든요......"

조용히 듣고 계시던 한의사 선생님은 난처한 듯, 그러나 침착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지금 침통을 안 들고 왔거든요. 체하신 것 같으니 약국에 가셔서 약 사 드시고, 그래도 안 나으면 병원 응급실에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드라마와 현실을 구별못하고 급한 나머지 한의사 선생님의 달콤한 휴식을 무단으로 침입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분은 저를 얄궂은 아줌마라 여기셨겠지요.

얄궂은 아줌마는 그 후 어떻게 되었냐고요? 한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일요일 당번 약국을 찾아 헤매다 결국은 거짓말 같이 나았더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