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뉴스에 강남에 새로 개장한 S백화점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공영방송의 메인뉴스 시간에 일개 백화점이 개장한 것을 보도한 이유는 뭘까?
친절하게도, 강남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이 백화점은 명품만을 취급한다는 자세한 안내도 덧붙여서 말이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렇기에 돈 많은 사람이 해외명품을 비싼 값으로 산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내가 화나는 것은 언론에서 그런 사실을 보도해서 일반 보통사람들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도록 한다는 점이다.
그냥 모르고 살아도 될 일을 굳이 뉴스 시간에 전국적으로 보도하여서 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기사에 뒤이어 구조조정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구조조정을 하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직자가 될까?
나라의 경제가 불안하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같은 뉴스 시간에 호화로운 백화점 개장 기사를 꼭 보도해야만 했을까?
그것도 해외 명품만을 취급하는 백화점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알다시피 해외 명품 핸드백 한개의 값이 4인 가족의 한달 최저생계비보다 더 비싸다.
지금 유럽에선 '소박한 생활'에 대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소박함'이란 이 운동은 요컨대 의식있는 지성인 또는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자발적인 검소함' 운동을 일컫는다.
예를 들자면, 불필요한 고가의 사치품을 안 사는 것,
디자인이나 대수롭지 않은 신기능에 현혹되어 물건을 사지 않는 것,
한 품목에 대해 여러 브랜드를 사들이지 않는 것. 그 대신 제품을 구입할 때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질 좋고 단순한 디자인의 물건을 사고,
적극적으로 할인매장, 재활용-중고품 가게를 이용할 것,
그렇게 모아진 돈은 환경과 이웃, 그리고 자기자신의 휴식을 위해 투자 할 것 등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운동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쇼핑중독증과 백만장자 증후군으로 대표되는 현대인의 물질 지상주의에 대한 혐오, 새로운 것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으로 버려지고 있는 쓰레기, 낭비되는 자원들과 오염되는 환경에 대한 염려,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없이 불필요한 물건을 사들이느라 버려지고 있는 우리의 돈과 시간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부자가 되어본들 무엇하랴, 돈쓰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면...")
즉 사람들은 '소비를 미덕'으로 삼아서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가치를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는 능력으로 나타내려 한다.
더 넓고 비싼 집, 더 큰 차, 더 비싼 옷...
자신의 내면에 가진 능력이 없는 사람이 겉치레로 자신을 나타내려고 애쓰는 모습은 부러운 것이 아니라 가여울 지경이다.
그 사람은 계속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을 구입해야만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가여운 일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그다지 많지 않다.
꼭 필요한 물건 이외의 물건은 소유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물질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정신이 더욱 생각나는 날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소박함'에 대한 글은 책의 소개글에서 일부 가져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