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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시


BY 황미영 2000-10-07

함께 있어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하는 바램마저 들게 하는 사람,

먼 기억 저편에서부터 현재로,

'우리는 이미 만났어야야 할 사람인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내 영혼이 시리도록 꼭 안고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비가 오는 오후, 커피나무 향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고 싶습니다.

때로는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재즈 카페에 들어가서 달콤한 깔루아 밀크를 한 잔씩 시켜 놓고

척맨즈온의 '산체스의 아이들'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무는 길가로 사람들이 하나 둘씩 흩어질 무렵엔

한쪽 어깨를 서로 빌려 가며 길을 걷고 싶은 사람.

밤 거리의 연인들이 영혼의 불을 밝히는 바를 찾아가서

블루스 리듬에 맞춰 온화한 댄스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내가 찾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나에게 이런 사랑이 찾아 오기만 바라면서 살아 왔습니다.

돈과 권력과 명예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랜 세월 고이 지켜 온 나의 영혼을 위하여

오직 사랑만으로 함께 생을 마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왔습니다.

세월을 거슬러 태고의 기억을 쫓아온 연어의 향로처럼 지난 세월까지도 아름답게

추억 하게 하는 만남, 먼 훗날 사랑으로만 살다가 '그렇게 사랑했노라'고 말하며

하늘로 떠나갈 수 있는 순수의 영혼을 위하여 나는 이미 준비를 끝냈습니다.

모두 다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나의 사랑,

그대는 나의 외로움을 다 털어 내주는 하늘의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