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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자 말기암 환자가 하루를 평생처럼 사는 법[퍼온 글]


BY 모모1 2000-10-08

우린 사소한 것에 목숨 걸 때도 많지만
또한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별일없어 심심한 휴일도 그저 감사하지요.
아랫글은 퍼온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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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거의 하루종일 통증과 싸웠습니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게 뜨게질도 해보고 보고싶던 책도 사 놓았지만 아무것도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암이라는, 나와는 평생 상관없을 것만 같던 병의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방사선, 항암을 하고 다시 재발, 그리고 나서 한방병원, 이제는 중국의 어느 병원의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제 병은 직장암입니다. 그것이 이제는 폐와, 골반 그리고 우리 아무도 알 수 없는 어느 곳에 퍼졌다고 하는군요. 벌써 1년하고 8개월째입니다. 발견당시 이미 3기 말이었으니, 어쩌면 아직까지 살아있는게 신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수술 할 때 항문을 꿰매버리고 인공항문을 장을 끌어내어 왼쪽 아랫배에 만들었습니다. 관장으로 세척하고 있지요.

항문쪽에 통증이 아주 심해서 앉지를 못합니다. 그저 한쪽 엉덩이뼈와 다리뼈를 의자에 걸치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졌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통증으로 악악 소리를 질러대다가, 진통제를 한알이라도 안먹으려고 버티고 버티다가 요즘 내가 느끼는 것을 말로 좀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하루는 제 인생의 모든 날과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땐 희망도 가져보고 기운도 차려보지만 밤이되면 몸의 모든 진이
빠져버립니다. 하긴 모든 사람의 하루가 그렇지 않을 까요.

오늘은 남편이 늦는군요. 저는 5살 난 아들하나와 33살 난 큰 아들이 하나가 있습니다. 제가 통증에 몸부림치며 이제는 가고싶다, 죽고싶다고 내질러버리다가 금방 내자신이 내 입을 막아버리는 이유가 되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이 없다는 생명도 없습니다. 가족이 없는 환자는 일찍 죽습니다. 아니, 병이 없어도 죽습니다.

이제 가끔씩 제 얘길 해보려 합니다. 만약 건강하시다면 제 글을 읽고 건강에 신경 쓰셨으면 하구요, 아프시다면 나보다 저사람은 더하구나, 하고 위로받으시길 원합니다.
만나서 정말 반가왔습니다. 다시 만나요




제2호> 우리 남편은 로보트태권브이! 2000년 08월 01일


우리 남편은 로보트 태권브이나 마징가, 아니면 메가레인저입니다. 제가 암선고 받은 날 한번, 제가 고통 받는 것을 처음 보던 날 한번, 그리고 시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한번, 이렇게 세번만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오늘도 관장이 안돼서 고생고생하다가 짜증을 부리는 내게 그는 현실을 직시하라, 그보다 더 나쁘지 않을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통증은 진통제를 먹어라 하고 세마디 했습니다.
그래요,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그가 아주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군요. 하지만 질질 짜기 좋아하는 제게 그는 천생연분입니다. 5년 연애하고 학교다니면서 결혼한 사이니까, 사랑은 해볼만치 해봤게죠? 하지만, 여러분 아직도 순간 순간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할까'하는 말도안되는 말을 중얼거린답니다.
사람이란 동물은 왜 그리 이중적인지 통증이 오면 보는 사람 괴로울까봐 극구 나가라고 하지만 막상 나혼자 악악 댈때면 어서와 손이라도 잡아주길 원하고 있답니다.

회사 생활하랴, 어린 아들 친구되랴, 마누라 투정 받아주는 그는 정말 태권브이입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화장해 달라, 그리고 날 빨리 잊어달라는 내 말에는 화장은 생각해보겠으나 절대 너를 잊을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이 늠름한 남편 때문에 저는 오늘도 하루를 참아냅니다.


오늘 남편이나 아내에게 짜증내거나 화가 나셨나요? 그러면 저를 기억하시고, 그깟것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하세요, 영원히 사랑한다고






제3호> 뭉크는 정말로 절규를 알았다! 2000년 08월 02일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뭉크 말이예요. 그 괴기한 그림중에 '절규'라는 것이 있죠. 머리털 없는 사람이 머리와 귀를 덮듯이 얹고서 소리지르는 듯한 그림.
지금까지는 뭉크가 그런 그림을 그렸구나, 그런 정도였는데 오늘로 그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네요.
통증으로 헉헉대다가 무의식중에 내가 보인 행동이 바로 뭉크의 '절규'였습니다.

병에 걸리면 100%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모른고 있던 것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되고, 그리고 동감하게 되지요.

뭉크도 암을 앓았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무엇이 그를 그렇게 절규하게 했는지 궁금해지면서 위로와 동정심이 생기더군요.

병에 걸려 좋은 일 중 하나였습니다.






<제4호> 모리교수와 만나세요! 2000년 08월 03일


제가 암으로 진단 받은 것은 정확히 98년 12월 19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두달전에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꿔가고 있었답니다.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 때문이였지요.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책으로, 글로 사람의 의식까지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도, 경험도 못해본 저에게 그책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워낙 베스트셀러이니 잘 아시겠지만 이책은 모리라는 늙은 미국의 사회학 교수가 몸 아래부터 천천히 굳어져 결국 죽는 루게릭 병에 걸리고 이것을 알게된 세상과 생활에 찌들어 있던 옛제자가 그를 찾아가고 우연히 그 만남이 화요일마다 이어지면서 죽음, 결혼, 삶 등에 대한 교수의 생각을 제자가 정리해 적은 책입니다.

저는 그때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젖어서 괴로워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달라진 인생에 적응도 안되고 능력있다고 칭송받던 제가 바닥인생으로 떨어진 것 같은 생각때문에 견딜수가 없었죠. 그때 그책은 모든 고민의 대답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책 10권을 사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의 사람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사람들은 고마워하면서도 의아해 하는 구석이 역력했죠. 나중에 한 친구는 마치 제가 제 병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될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고맙게도 저에게는 큰힘이 되었습니다. 암진단을 받고나서 통증의 고통으로 울기전에 딱 세번 울었는데 진단받던 그날과 재발선고를 받던날, 그리고 종교를 갖던 날입니다. 이렇게 제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죽음과 병에 초연함을 보일 수 있었던 게 전 이 책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어떤 불교도들이 매일 어깨위에 새를 올려놓고는 새에게 '오늘이 그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다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나?'라고 묻는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물을 것을 제안합니다.
'오늘이 내가 죽을 그날인가'.
솔직히 어깨 위의 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지금처럼 지금처럼 야망에 넘쳐 괴로워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죽음을 인정함으로 진정한 삶을 보게 된다는 얘기죠.

다행히도 저는 병을 알기전에 책을 알아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진단받고 나서 남편에게 제일 먼저 이 책을 읽게 했죠.

오늘은 얘기가 길어졌네요. 읽어보세요. 분명히 얻으시는 게 많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 모리의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모두들 '우리가 1등!우리가 1들!'하면서 응원은 했데요. 그랬더니 모리가 그곁에서 뭐라고 소리쳤는제 아세요?
'2등이면 어때!'





<제5호> 나는 현재다! 2000년 08월 06일


금요일날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통증의 강도가 세서 줄이려고 노력하던 진통제를 더 먹어버렸습니다.
점점 통증이 강해질수록 그 강도만큼 외로움도 커집니다. 통증을 느낄 때만큼 지독히 혼자라는 생각을 드는 때는 없으니까요.
체면도, 가족들 생각에 틀어막은 수건도 다 버리고는 나도 모르게 머리로는 이러면 안되지 이게 무슨 소용이야 하는 일들을 합니다. 넋두리, 하소연, 원망---
그러고는 1분도 안되서 미안해, 진심이 아니였어, 내가 왜이러지 하지요.
주위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이해해 입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간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괴롭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서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것, 이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소중함을 뼈속 깊이 느낍니다.



친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어떻게 하루를 평생같이 살 수 있을까?
저는요.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나서 고마워요. 전날 잘 잤건 못 잤건 그날의 시작에 감사하죠. 그리고 다른 생각 안합니다. 내일도 모레도 한달 뒤도 두달 뒤도. 그래서 사실 세금 고지서를 연체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리고는 밤에는 잘 지낸 오늘에 대한 감사를 합니다. 이렇게 제 평생의 하루가 가지요. 과거도 미래도 생각지 않습니다. 우선 오늘만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 충실합니다.

저도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실수와 후회로 얼룩진 과거에 매여 산다면 언제까지가 될 지 모르는 인생은 더 힘들고 괴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미래에 닥칠 일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면 더 힘들고 괴로울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저도 과거와 미래의 괴로움에 빠져들죠.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을 그날만을, 현재에 충실하며 삽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마음도 터 놓을 수 있겠지요.

지금은 새벽입니다. 잠을 못잤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루 못잔다고 어떻게 되냐, 잠이 언젠가는 오겠지,이러면서 이글을 씁니다.

여러분의 오늘도 오늘만으로 꽉 채워지길 바랄게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