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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열고


BY 청 루 2000-10-20

새벽 바람이, 아침 하늘이 그냥 가을이라고 ,이젠 정말 가을이
되었다고 속삭여 줍니다.
어제 아주 오래된 제 친구가 서울로 이사를 갔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간다는 그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며 울었습
니다.
내가슴 한자락을 속살을 보이듯 다내보이며 살았어도,그래도 하나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던 친구였는데......
사실 저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이자리에서 검부스러기를 털듯 털털 털고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겐 제인생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랑하는 아
이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엄마"라는 말로 하루를 여는 다섯살바기 어린 왕자가
있습니다.
아무 대책없이 한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무 대책없이 세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이제는 내날개를 접어야 하는데 지금도 비상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날자,날자" 하면서요.
가슴에는 숨이 막혀 헉헉대는 그리움까지 담고서 말입니다.

제가 얼마쯤을 더살아내야 가슴도 비워지고 머리도 비워지고
그저 물처럼 살수 있을까요?
전 아무데고 고리를 매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직은 제몸속에 흐르고 있는 모든 수분이 뜨거워서 안됩니다.

쌍계사로 가는 국도변의 코스모스들이 이제 다 져버렸습디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부는 바람에나 흔들릴것 같은 여리디 여린 꽃들도 제가 피여야할때 져야할때를 너무도 잘아는데, 전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