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
05:00분 잠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에 눈을 비비며 아파트 뒷편에 자리잡은 동구릉 약수터로 발길을 옮기면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어언 6개월! 이제 다리에 힘도 생기고 웬만한 경사길은 너끈하게 올라간다.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를 뒤돌아보게 하면 [청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 [생활을 위한 소심함을 초월하는 용기, 안이함에의 집착을 초월하는 모험심, 청춘이란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니...] 그러나 나에겐 진정한 청춘을 의미하는 용기, 모험심, 정신력 그 무엇 하나도 없다는 뼈아픈 자각과 무력감에 빠져있는 자신을 불현듯 깨달은 어느날 한가정의 가정으로, 대한민국 ㅇㄱㅈㄱ로서의 올곧은 모습을 가다듬기 위한 방법을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곧바로 고독한 산행으로 몸속의 땀과 함께 정신의 나약함을 흘려보내고, 호흡을 넘기면서 생활에 대한 활력과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면서 또다시 나 자신과의 싸움을 계획했다. 삶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과 의지의 마음에 곧게 새기겠다는 각오로 [서울 산악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것이다. 출발 30분전 번호표와 유니폼을 교부받고 작년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동료와 간단한 에어로빅으로 몸을 풀면서 난코스가 어디이고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선뜻 친밀감의 표시로 동료에게 속도를 맞추어 달리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더니 같이 보조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였다. 6개월 동안 쉼없이 산을 오르면서 다져진 체력을 테스트하고 의지를 다지며 삶의 반전기회를 만들려고 마라톤에 출전한 내가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니 내심 오기가 생겼다. 『땅』출발의 총소리와 함께 첫발을 내디뎠다. 전문 산악인과 마라톤 선수들이 다수 참가하여 1등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마음의 배수진을 치고 뛰고 또 뛰고 넘고 또 넘었다. 주의의 모든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기진 배, 풀어진 다리를 애써 무시하며 달리는데 「의지할 곳 없는 이 산야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는 갖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삼막사를 돌아서 무너미 고개를 넘을 즈음 피로는 극도에 달해왔다. 그러나 행사요원과 등산객들의 격려와 박수소리에 다시 힘을 실었다. 그리고, 얼마쯤 달렸을까? 불성사를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비실비실 웃으며 「98번 아저씨, 잘 뛰시네요」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출발전 대화를 나누던 그동료가 아닌가! 순간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은 훨훨 날았지만 몸은 잘 따라주질 않았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렸다. 오늘 산악마라톤에서 나의 적은 아니었지만 순간의 경쟁심이 발로했던 것이다. 상체와 하체가 뇌의 명령을 따로 받고 있다고 느끼며 골인 지점인 안양관양중학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아들 oo이, 딸 ㅁㅁ이가 달려와 「아빠! 힘내세요」하면서 열심히 응원 해 주었다. 가족의 응원속에 마치 영화 『챔프』의 한 장면처럼 모든 힘을 모아 마지막 질주를 하였다. 그리고 2시간 56분 48초의 기록으로 1천여명의 출전자 중 62번째로 골인하였다. 나는 전문산악인도 마라톤 선수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ㄱㅇ이며, 평범한 시민이다. 그러나, 수많은 산악인들, 자신을 극복하여 진정한 청춘을 얻으려는 사람들과 당당히 겨루어 살아있는 육체, 굳건한 정신력을 입증한 자신이 대견스럽다. 오랜시간이 흐른 뒤 시간의 흐름과 일상의 단조로움에 타협하려 들 때 나는 이렇게 자신에게 외칠 것이다. 『청춘! 그 이름의 시계를 멈추어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