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였다.
울집 대장아닌 육군 병장출신 남편이 퇴근을 해왔는데...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이럴때 내가 처신을 잘해야지 잘못 건드리면
엉뚱하게 불똥이 내한테로 튄다.
옷 받아걸고 다른때 같음 오다가 영계 없드나. 대게 없드나
소리하면서 실실 웃기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재빨리
저녁 밥부터 차렸다.
이럴땐 빨리 묵는기 들어가야 한다.
성질 나는데 배까지 고프면 괜히 모난돌에 징맞기 싶상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양말을 휘딱 벗드니 목욕탕쪽으로 확 던져버린다.
저놈의 양말은 맨날 저러네.
양말 똑바로 벗어서 빨래통에 넣어라고 20년이상을 노래를
불러도 아직도 휙 뒤벼벗고선 내가 잔소리하면 그걸 내 얼굴쪽으로
휙~ 던지는 사람이다.
어떤땐 똘똘 뭉쳐서 공을 만들어 내 얼굴에 휙 던지기도 하고...
진짜 더러버 죽겠드라. 내니까 참아주지...히힛
오늘은 그래도 아무소리 안하고 후딱 밥을 차렸다
반찬을 싱겁게 이것 저것 많이 묵는 사람이라 반찬가짓수 늘릴려고
계란 후라이도 1개하고 있는거 없는거 모두 다 꺼집어 냈다.
밥묵는데도 괜히 할말이 없어서 반찬을 땡겨주기도 하고 억수로
위해주는척도 했든데 영 묵묵 무답이다.
도데체 뭔 일이 있길레 저리 심통이람.
커피를 끓여서 탁자에 아주 공손하게 놓았다.
울 남편은 제풀에 풀어져야지 억지로 풀어줄려고 하면
무리수가 따르기 때문에 그냥 놔둬야 한다.
말도 보통때는 내가 어떤말을 하든 가만 있지만
성질나면
"내가 니 친구가? 말 버릇이 그게 뭐야"
카기 땜시 이럴땐 가급적 말을 안하는기 약이다.
설겆이 해놓고 하마나 부를까 싶은데도 안불러서
얼른 물많은 꿀배를 깍았다.
애구 아까 거금 5000원을 투자해서 산긴데 잘 됐네.
그리고는 옆으로 가서 포크로 콕 찍어놓고 한개는 내입에 넣고 밖으로---
심통나면 내가 권하면 안묵어도 혼자 있으면 잘도 묵으니까...
원래 나처럼 묵는데 약한 사람이다.
담은 슈퍼로 뛰어가서 껍질채 뽁은 땅콩을 한봉 샀다.
이거 울 남편이 디기 좋아하는건데 아까 살려다가 말았는기다.
집으로 후닥닥 또 들와서 그릇에 담고는 남편한테 글캤다.
"이 땅콩 옆집서 주드라"
"이거 하동서 농사 지은건데 당신 땅콩 좋아한다니까
옆집 아줌마가 특별히 주드라"
사실 땅콩은 보나 안보나 중국산이다.
옆집이 하동서 농사를 짓는지 상동서 논사를 짓는지
내가 우째 아남. 걍 글케 보는거지.
또 그래야 시골서 농사지은 땅콩인줄 믿어니까.
아니나 다를까 참새가 방아간을 걍 지나가랴.
땅콩을 집드니 소리내어 까기 시작한다. -- 1단계 성공.
"옆집 고향이 하동이가?"
"그렇데요. 요샌 하도 중국산이 많아서 농약안친
우리 농산물 귀하다고 묵어보래요"
"확실히 틀리재?" <--틀리긴 뭐가 틀려. 히히.
그때부터 실실 풀어지는 남자.
뭔 기분 안좋은일 있었냐니까 퇴근해 오는데
자기나이 또래의 남자가 모친 되는분 손을 잡고 길을
건너주는데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무지 심란했단다. 참나..
괜히 놀랬잖아.
역시 사람은 나이를 묵어나 안묵어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에이는갑다.
괜히 글카니까 나도 좀 안됐고 눈물이 날려고 했다.
내 엄마 아버지만 생각했고 돌아가신 분이라고 시부모님은
걍 안됐다는 생각만 했는데...우짜겠남.
에구 이 남자야 그래도 글치.
가신분은 이왕 가신분이고 내 손잡고 길 좀 건너주고
있는 내나 좀 잘 챙겨라.<----복숭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