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둘째녀석 민혁이의 돐날이었다.
첫째 민준이의 백일 돐은 다 뷔페식당서 한복 예쁘게 차려입고 많은
손님을 맞던 때랑 다르게 그놈의 아이엠에프가 강타한 우리 집이나 시
대상황에 따라 울 민혁이의 돐잔치는 집에서 조용히 치루기로했다.
아무리 그래도 친척들과 친분이 깊은 사람들만 온다고 해도 전날부터
찾아온 친척들 덕에 부산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친정엄마와 사촌언니등과 일찍부터 음식준비가 한창일 때였다.
잡채를 만들때였다.
당면 두개를 했는데도 부족한듯 보였다.
그래서 우리집 배란다에서 환히 보이는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초등학
교 4학년, 5학년짜리 조카들을 불렀다.
"석용아 이모가 이따가 돈줄게 가서 당면 하나만 사와...."
녀석 분명히 어제 친척들이 준돈 만원짜리가 들어있는데도 자기돈 깨
기가 싫은지 들은척도 안한고 올라오라구 해도 싫다는것이였다.
마음은 급하구
"알았어....그럼 이모가 돈 던질테니까 가지고 가서 사가지구와.....
알았지?"
"알았어요..."한다.
그래서 정말 조금은 찜찜했지만 설마하는 생각으로 만원짜리 한장을
배란다에서 놀이터로 향해 던졌다.
지금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짓에 아찔하다.
영낙없이 그 망할놈의 종이짝이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날려보낸 앞
으로 나가지는 않고 힘없이 밑으로 사뿐사뿐 날아가더만 아래층 배란
다끝에 걸쳐앉는것이 아닌가....
세상에 시간아낄랴고 머리쓰다가 일을 또 저질르고 만것이다.
아차할 사이도 없이 조카들 앞에서 너무도 어이가없이 생각없는 이모
로 전락하고 돈 찾으로 갈 마음만 급해 친정엄마의
"아이구 무얼로 싸서 던지던가 해야지 그냥 던지는 사람이 어딧어? 왜 그리 바보갔냐? 어이구 하는짓이라고는"
하는 핀잔을 따가운 뒷통수로 받아드리며 마구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 아무리 눌러대도 사람소리는 안들리구 개들만 마구
짖어대며 내 복장을 터뜨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위로 긴것으로 밀어서 그돈을 밑으로 떨어뜨리면 간단할거야'
하는 포기하기 이르다는 희망의 심정으로 그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 근데 오늘이 일요일이서서 다들 좋은 날씨에 놀러들 일찍 간것인
지 여기도 빈집...
닫힌 철문은 나의 애간장을 알기나 하는지 열릴 생각을 않고...
다음으로 나는 울 아파트의 해결사 경비아저씨를 찾았다.
우리집이 5층인 관계로 4층에 걸려있는 그 돈을 긴 장대같은것으로 얼
마든지 내려뜨릴수 있으리라 생각했던거다.
근데 시골두 아니구 그 긴 장대가 아파트 한가운데 있을리 만무고 경
비아저씨 도움주신답시구 주신것이 화단에 물을 주는 긴 호수였다.
호수에다가 물을 틀어서 밑으로 떨어뜨리라는 너무도 위험천만한 일
을 나에게 제의 하신 것이었다.
뭐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니 어쩌겠나 만원을 찾기위해서는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그 긴 호수를 껴안고 울집 배란다로 왔다.
밑에는 벌써 경비아저씨를 비롯하야 많은 동네사람들이 구경 중이었
다.
반쯤 걸려있는 만원짜리의 운명을 걱정(?)하는......
도저히 나의 튕박스럽고 덜렁대는 과거의 행적을 보았을때 일을 더 저
질르면 저질렀지 잘해낼 엄두가 안났다.
친정엄마...
"뭐해 빨리 민준아범 깨워...일 더 만들지 말구..."
전날 늦게까지 일을 하다 들어온 남편은 그때까지 자고 있었다.
나의 마지막 구세주 남편을 마구 깨우는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비비며 일어나면서 배란다 아래를 쳐다
보며 자초지종을 들었다.
귀찮다는듯 뭐 대뜸 생각도 얼마안한거 같은데
"이게 워냐 이 호수 갔다 치우고, 가서 민준이 요요하고 박스테이프하
고 실가져와....."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바로 이거야 이제 해결이 돼려나 부다.
나는 꼬치꼬치 물어보지도 못하고 시키는대로 다 가져다 주었다.
남편은 요요위에다가 박스테이프를 거꾸로 붙였다.
끈끈한 부분이 바깥으로 나오게끔 그리고는 실을 길게 거기에 매달았다.
그리고는 아래층 배란다를 향해 그것을 길게 내려뜨려서는 그동
안 나를 약올리며 누워있던 고 얄미운 만원짜리 녀석을 척하니 낚어
올리는것이 아닌가.
평소에 낚시를 즐겨하던 울 신랑....대어를 낚았을때보다도 더 자랑스
러워 보였다.
밑에서 구경하고 있던 동네사람들과 경비아저씨도 모두 웃으면서 박수
를 쳐댔다.
맥가이버가 뭐 딴데있나 사건이 터지면 일분 일초내에 바로 아무거나
다 가져다가 만들어 내서 일 처리 하는것이 맥가이버지...
그순간 왜 갑자기 우리 남편이 맥가이버 보다 더 멋져 보이던지....
눈꼽도 안떼고 머리는 까치집이 쳐져있어서 밖에 나가면 까치가 알을
낳을것만 같고 나온 배는 그날 따라 더 불뚝 튀어나온 매력이라고는
찾아볼수없는 저 거구가.....
세상에 그리 간단한 방법이 있는줄 모르고 모두들 애를 끓고 있었으
니....
시간은 흘러흘러 내가 슈퍼를 갔다왔을 시간보다 몇배가 더 흐르고 땀
은 억수로 흘려댔지만 평소에 워낙 고치는것을 잘해대는 울 신랑이 왜
이리도 훌륭해 보이던지 잊고있었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
다.
이글은 예전에 콩트방에 올렸던 글인데 이곳에 더 잘 어울리는글인거 같아서 여기다가 다시 올려봅니다.
실수가 이제는 창피한것이 아니라 즐거운일이 될듯한 불길한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