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박이 아들녀석이 아침부터 외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 중이다. 발음도 서투른 스타크래프트를 외치면서.... 그 게임은 아들아이가 지 형이 하는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모양이다. 달리 하는 법을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양새가 수준급(?)이다. 녀석이 종이와 연필을 들고 와서는 할아버지집 전화번호를 써 달란다. 스타크래프트를 할아버지에게 가르켜 준다며.... 적어준 쪽지를 보면서 연신 서투른 손 놀림으로 몇 번이나 전화버튼을 누르고 누르더니 드디어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어떤 말을 할까 궁금해서 가만히 듣고 있자니 속내가 여간 아니다. "할부지, 우리 집에 와" "내가 스타퍼트 갈커줄께 빨리 와" 그렇게 저 할말만 하고는 전화를 내려 놓는다. 할아버지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서.... . 그러고는 "엄마 할부지 온대" 하면서 신이 났다. 십 여분도 채 안됐건만 녀석은 할아버지가 왜 안 오느냐고 투정이다. 할아버지는 아파서 못 오신다고 하니 아인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다. "배, 머리, 다리" 하더니 "내가 게임 갈 커 줄라고 그랬는데... 에이 ! " 하는 것이 꽤 섭섭했나 보다. 그래도 내일이면 할아버지에게 또 젼화를 하겠지 스타퍼트 가르쳐 준다고.... 녀석은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한다. 무엇이든 제 뜻을 받아 주는 할아버지이기에..... _______ sunspot . 2000 . 10 . 30 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