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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수첩...


BY 수진 2000-12-08

우연히 남편의 수첩을 보게 되었다..
뭐 자기 지침 같은 걸 적어 놓은 거였다..

목표.역할1 -남편 (10% 더 관심가지기)
목표. 역할2-아빠(놀이방 데려다주기)

아주 짧은 단어에 불과하지만 결혼 7년 만에
저 사람도 가족을 생각은 하는구나..
라고 처음 깨달은 순간...

아하..그래서 요즘 화를 내려다가 내가 칼눈을 뜨면
저 생각에 꼬리를 살랑 내렸구낭...수긍이 갔다..

나는 이제 30..아니지 31...
지금까지 아들하나..내년 봄이 되면 아들 둘...
결혼 한 이후 한번도 가정을 떠나지 않은...
소심한..아니 무능력한?...

늘 남편에게 앙앙 거리고...내게 관심 쏟기를 바라고...
마음 속으로는 늘 독립..정신적인 독립을 꿈꾸면서도....
아이 때문에..부모님때문에..뭐..때문에..구실을 붙여가면서
편안하게 고생 안하는 길만 살아 왔는데...

그저 남편에게 고맙다는 맘만 가지고 살다간 정말 멍청이가
되는 것 같고...그렇다고 지금처럼 남편 휘어잡아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면서 사는 것도 좀 양심에 걸리고...

내가 너무 젊은가보다..아직은 내가 너무 젊은 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