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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망사장갑


BY noma 2000-12-08

9년전 제 결혼식때 있었던 일입니다.
꽃피는 4월이라 그날 엄청들 결혼식이 있었드랬죠.
예식장에서 결혼해 보신 분들이라면 얼마나 시간에 ?겨 식을 치뤄야 하는지 다 아실테죠.
그런데 제 식 전에 한팀이 미처 교회를 잡지 못했는지 예식장에서 예배보고 하느라 저의 예식시간까지 잡아 먹어서 우리집에서 난리가 났던 모양입니다.
아직 철수하지 않은 그집에 우리손님들이 부주를 해서 그걸 막느라 정신이 없었던거죠.돈문제 아주 중요한거죠.
저는 그런걸 하나도 몰랐읍니다.
그저 신부대기실에서 공주처럼 우아하게 앉아서 찬사를 듣느라.
그렇게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제게 우리엄마 그날의 악몽을 늘어놓기 시작하셨죠 .
아르바이트하는 진행요원이 아부지랑 엄마 장갑까지 바꿔줬다구 투덜거리시더군요.
그게 뭐 대수야 했는데, 뜨~ 아 그날 울 아부진 저와 똑같은 망사장갑을 끼셨다는군요.
여기서 잠깐, 울 아부지 소갤 하자면 소싯적에 엄청 잘생기셨겠지만
우리 형제들은 아부지의 쌍커플 진 큰 눈을 도끼눈이라 부르죠.
코메디 프로 보는걸 너무 싫어해서 식구들이 모여 재밌는것 좀 보구 있으면 슬며시 와서 뉴스로 돌려놓고 가는 성격이 아주 이상한 분이십니다.
어쨌든 저는 기대를 잔뜩 안고 얼마후에 비디오와 사진을 찾아와 문제의 망사장갑을 찾았습니다.
거기엔 다 나와 있었습니다.
저와 똑같은 망사장갑을 끼고 제손을 잡고 입장하는 아부지,
부모님 자리에 앉아 망사장갑을 낀 두손을 무릎위에 올려 놓고 위엄있게 앉아계신 모습 ,그옆에 투박한 면장갑을 끼고 앉아 있는 울엄마.
정말 멋진 앙상블이었습니다.

울 아부지 그 사진과 비디오를 보고도 웃지 않으시더군요.
지금도 역시 무서운 분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그 사진을 보면 울 아부지가 우습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