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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알바이트.이야기 -아기 돌보기편-


BY 토마토 2001-01-01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나니

진짜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과...
머리통 쥐어짜고 해봤자 소용 없으니...
운명의 장난질에 더 이상
맞서고 싶지 않아 일찌감치 포기하고
책을 무지 읽어버렸다.
평생 남들은 못 읽어낼 책을 5년간 쯤 독파해버렸다.

흐흥!!

알았어!!
편하게 놀지 뭐..
겁날게 뭐 있어?

하지만
그냥은 아냐...

등산화를 신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야생마 처럼 마구 돌아다녔다.

마침 이곳은 천혜의 자연 관광지이다...

추운 봄날..
아파트에 바퀴벌레 처럼 웅크리고 있느니..

태양이 마구 쏟아져 내리는 들길과
논길도 다아.. 내것이었다....

처녀때는 남의 시선 때문에 할 수 없었지만
쭈글탱이
4학년 짜리를 누가 업어 가겠는가?
특히나 인심이 좋은 이곳인데...
나는 사람들을 믿는다!!!

ㅋㅋㅋ
그래도..
으스름 해질 무렵이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일시에 밀려오는 거였다.
쐬주도 괜히 한잔 마시게 되고....
실랑은 늦게 오지...
아이는 단 하나인데 다...자랐고...
허벅지를 송곳으로 마구 찔러볼까?
줄넘기를 샀다.
100번도 뛰고 200번도 뛰고...
훌라후프도 자꾸 해보니 무지 잘 돌아간다.
윗몸일으키기...
약수터가기...
아무튼 경제적인 스포츠는 다 해봤다.
(참고로 나는 아담한 키에 좀 날씬(?)하다.)
(ㅎㅎㅎ
구태여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야그다!!!)
겨울 날 새벽.
아스팔트 위에서 조깅도하고...
그랬는데..
어느날..
아파트 게시판에 아기 돌봐줄 분을
구한다는 광고가 나 붙었다.
난 우리 아파트 주민들 그냥 사랑한다.
많이는 아니고 쬐끔..
5년 산 정 만큼.만...
일단 우리 아파트 새댁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기로했다.
에구구
그러나 무조건 좋지만은 않았다.
할머니들이 주로 아기를 돌보고...
에구..
스타일 좀 구겨질 것 같아서..
하지만...
우울증을 생각해보면 그 보다 더한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 일이 무조건 나에게 떨어지리란 보장은 없었다.
다른 지원자가 있으면 양보하고...없으면 내가 하겠다고..
그때 마침 티비에서 지오디의 육아일기가 인기리에 방송중이었다.
어쨌던 그래서 아가를 맡았는데..
맡고보니 막상..
겁이 더럭 난다.
3일쯤은 아가가 많이 울었다.
업어줘도 울고...
아가올 시간만 되면 심장이 두근 거렸다.
아가도 이쁘고 엄마도 교육에 관한 직업을 가진 분인데 지적이고..모든 것이 내마음을 앗아갔다.
아기를 7개월 부터 보았는데...1달 쯤 되니까 이애랑 교감이 서로 통하고 있었다.
그때 부터 1달 1달이 무지 빠르고 재미있게
신혼의 단꿈 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다들...여자아기가 예쁘다고..
그리고 아기를 참 예쁘게 키운다고..칭찬을 해 줬다.
아기 엄마도 나에게 맡기고 나면 마음이 편하고
신경 안쓰인다고 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칭찬들어서 나쁠 사람 어디있을까마는..
아기의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고...
지금은 나의 친구 처럼 우린 너무 너무 가까워져버렸다.
아기의 이름과 보수 따위는 이야기 하기 좀 그렇고...
아무튼...
이아기도 재민이랑 너무 닮았다.
재민이 보다는 월령이 좀 낮다.
재민이는 1월생이고 울아기는 7월생이다.
울남편도 이애를 너무 좋아한다.
둘이서 싸워 서먹서먹해도 이애
때문에 금새 화해가 되고 만다.
1주일에 15시간을 보는데...
방학 때는 두세배 연장 된다.
아마 좀있으면 울남편이랑 아기 아빠랑
호형호제하며 술잔을 기울일 것이다.
아기 아빠는 내가 아기 엄마보다
더 잘 봐준다고 까지...한다.
가끔 이아기가 보고파서 견딜수 없을 때도 있다.
그리고 이아기랑 나랑 성격도 외모도 비슷한 것 같다.
아참!!
궁합을 봤는데..
우리는 잘 맞는 좋은 궁합이었다.
*참고로...심마니 운세에 들어가시면
재미있는 점을 볼 수 있어요...

아기가 일어서서 걷고 조금씩 의사 표현하고
그러는 것들이 너무 신기하고 가슴이 콩콩 뛰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걸으면서 조금씩 부딛치고
그러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더욱 신경을 쓰고 긴장을 해야했다.
요사인 아기 먹거리에 좀 신경을 쓴다.
좀더 잘 먹이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중이다.
그리고 조금 더 자라면 어린이 도서관에 데리고
갈 것이고 바다와 산과 들에도 데리고 가고
어제 처럼 놀이터랑 운동장도 가서 뜀박질도 할 것이고...
길을 가다 예쁜 어린이 집이 나오면
그걸 통째로 사버리고픈 충동을 금치 못한다.
저 어린이집을 사서 딱 3명만 돌보면...
아니 시설이 탐나는 거다.
알록달록 예쁜 칠이 된 미끄럼틀이랑
그네랑 이런 것 들이 탐나서...

휴!!!

대충 이렇게 적었거든요...
아기 엄마에게 쓴 편지가 있어요..
사실 제가 좀 수줍어해요.
그래서 전해 주지는 못하고 그냥 갖고 있는거예요....

. . . . . . . .. . . . . . . . . .

지금은 낮 1시 입니다.
밖에는 비가 간간이 내리고 그래선지 나의 마음도
차분해 지는 것 같군요.
우리 귀여운 지은이는 지금 뭘 할까?
(지은이란 이름은 그냥 예명으로...)
잘까?
쭈쭈를 먹을까?
아님 끙아를 해서 난리 중일까?
지은이 정말 귀여워요.
향긋한 비누 냄새랑 안으면 나의 몸 전체가 행복해 진답니다.
매일매일 자라고 행동도 많이 씩씩해지고...
처음에 아기를 맡았을땐 더럭 겁이 났어요.
어떻게 한달을 채우나?
혹시 며칠밖에 못보는게 아닐까?
나에겐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고
이렇게 보석 같은 아기를 아무 인연도 없는
나에게 맡겨주신 것만해도 송구 스러웠어요.
벌써 두달이 다되 가는 군요.
눈깜짝 할 새 지나갔어요.
지은이 엄마는 조용하고 무척 이지적인 분 같아요.
우연의 일치인지 가족끼리의 별자리가 똑 같군요.
처녀자리,염소자리.아이들은 둘다 게자리...
엄청난 인연이죠...
나는 내 또래의 친구가 두셋정도 있지만
먼곳에 있고 나보다 한참 연하의
친구가 두어명 정도 인데 그 중 한명은
지은이 엄마랑 나이가 같답니다.
나머지 한사람은 우리아이 6살때
부터 다니게 된 학원 선생님이랍니다.
부산에서 지금 일을 하고 있는데
69년생이고 이곳에 두번 왔다 갔지요.
71년생의 새댁은 이곳에서 알게 된
(울아이 아빠의 직장 동료의 부인)친구인데...
미술을 전공했고 그때는 홈패션도
했기때문에 그녀에게 커텐을 주문 했죠.
그런데 너무 멋쟁이 었고 첫눈에 제가 반해서
그녀가 이 지역에서 제일 예쁜 여자 인줄 알았지요.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긴머리...
베레모까지 쓰고 우리집엘 왔어요.
그때는 그녀가 신혼이었죠.
벌써 5년전의 일이네요.
지금도 가끔 전화통화하고 그래요...
그런데 연하친구를 갖고 있다가 매우
곤란해지는 경우는 어떤 때 인지 아세요?
그녀의 친정어머니를 한번 보았는데요....
겨우 나보다 5,6세 위 라는 거예요.
그러면 나에겐 언니 뻘이 되지요.
그때야 비로소...아..
내가 중년이고...40대 이고...하고 자각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몹시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는거 있죠?..
얼마전에 어디 갔다 온다고 했죠?
그때 주부 독서 모임에서 (박경리..님의 토지)
하동 평사리에 독서 여행을 다녀 왔지요.
나는 여성들이 그것도 아줌마들이
떼지어 계모임 같은것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도서관장의 권유로..) 들었어요.
1달 정도 ?楹ず좆?
여기 도서관장이 여자분이거든요...
62년생이예요.
독서모임도 주관하고 회원은 겨우 6명이지만..
앞으로 더 확보를 해야한다는 군요.
개인적으로 회원들이 무슨일을 하는가하면..
국어선생님 사모님에,전통찻집 여 주인,
영어방문 지도교사1명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어선지...
생각보다는 의미가 있겠네요..
시를 쓴다는 국어선생님의
사모님은 예명이 박꽃인데...
.나보다 한참 아래의 나이지만,
제가 좀 부족하기 때문에 의지를 많이 한답니다.
그런데 박꽃 아줌마가 이래요..
"난, 시라면 신경질 난다."
점잖은 사모님의 입에서 그렇게 속된 말이 나오니까
너무 재미있더군요.
그분의 부군께옵서 시를 씁네하시고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갖는 관계로 질투가 났던 거지요.


나머지글은 생략 !!!!
제 수다가 너무 길었네요....
에구...
여러분 ...

여기서 끝...
아기 돌본지 1년이 다되어가구요...
저는 그만큼 이제 경력이 쌓여서 앞으로
무슨 일이든지 도전 할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