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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님, 그 기도는 농담임다.


BY prettycho2000 2001-01-10

깔금하고 꼼꼼한 나의 남편은 늘 일정한 모습으로 정돈된 집안을 원한다. 퇴근하고 들어 온다는 전화가 온 순간부터 비상이 걸리는것은 보통이다.
심지어 부엌살림까지도 자기가 정리한답시고 양념그릇의 위치까지 바꿔논다.
키작은 마누라는 어쩌라고, 제일 빈번히 쓰는 물건을 맨 꼭대기에 올려놓고 비싼 접시는 차곡차곡 포개서 이빨 빠지게 한다.
그러던 심심한 지난 일요일엔 베란다 창고를 홀라당 뒤집어 놓았다.
내가 제일 열뻗는 것은 지는 키가 쪼매 크다고 엉캉 꼭대기에 올려놓는 물건마다 실생활에 자주 필요한 것들인데.
곧 죽어도 수납의 기본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기도 안차게 정리 하면서 혼자 흐뭇해 한다.
그래! 나는 키도 쪼매서 꼭 의자놓고 올라가서 꺼낸다. 어쩔래.
그게 한될까봐 키큰 남자 골라 남편 삼았더니, 역시 적은 가까이 있다 이거 아닙니까?
불쾌하고 화나지만 그렇다고 싸우자니 그것도 귀챦고......
내일 출근하면 다시 내 편한대로 옮겨 놓을수 밖에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뒤통수에 대고 하얀 눈구덩이이 팍 넘어져 버려라.하고 킥킥.

하지만 하느님은 귀도 밝으셔.
퇴근하고 들어오는 남편이 어째 이상해서 벗기고 보니.
아뿔사!
출근하다 넘어져서 손바닥은 까지고 엉덩이는 시퍼렇게 멍들고
팔은 근육이 놀랐다나 압박 붕대 칭칭 감고. 세상에
아무리 넘어져 뻐려라 했다고 그기도를 들어 주시다니.
하느님 너무 합니다. 저 사람 다 나을 때 까지 맴아파서 어쩌라구.
그러길래, 집안에서 잘난척은 왜 하냐구!. 으이구 기도빨 쎄서 겁난다.
눈온 뒤 꽝꽝얼어 버린 길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