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릴땐 명절이고 뭣이고 그냥 애들 키우느라 암것도 느낄새도 없이 13년 이란 세월을 후우딱 보냈습니다. 눈 한번 감았다 뜨면 1년의 시간이 흔적도 없이 지나간듯, 계절이나 시간관념없이 그렇게 물 흐르듯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제 조금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지, 아님 나이 들어가는 것인지, 명절만 다가오면 두통에 허리통증에 기침에 관절에 온갖데 안 아픈데가 없이 끙끙거리며 달력만 쳐다보는 나를 발견할때마다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시집온지 그 정도면 얼추 꽤 됐는데도 시집식구에 완전히 융합되지 않았다는 증거같아서 내 자신에게 부끄럽습니다.
손님 많은 시댁은 명절날은 재주없는 다방아가씨라도 된듯, 뒷다리 뻣뻣하게 쟁반들고 연실 커피에, 과일에, 때론 접대성 웃음도 흘려줘야 내 신상에 이로우니 어느님은 커피학개론을 펼치실만큼 커피로 인해 즐거움을 주셨건만 명절만 지내고 옴 커피, 쳐다도 보기 싫습니다.
작년 추석땐 솥뚜껑 운전수 맘이라고 심술이 나길래 모든 손님에게 무조건 자판기식 커피만 대령했습니다. 입가에 미소를 띈 채, "호호 제 마음대로 탓어요" 그날 탄 커피가 약 40잔인데 40잔을 받은 개개인의 공통점이 "아! 네네" 더군요. 나는 중요한 사실을 간파했지요.
손님은 어떠한 커피든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체면때문에...오후엔 허리에 병이 나서 끙끙거리면서 다녔답니다. 그런 나를 보던 시누가 말했지요. 언니! 우리 시댁은 비상이었잖수? 글쎄 내가 코피가 났잖어. 그래서 우리 시댁식구 나보구 쉬라고 친정보내준거야. 난 호기있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난 왜 코피도 안나는겨?"옛말 그른거 하나도 없다는 걸 그 순간 알았답니다. 복 많은x은 엎어져도 가지밭에 엎어진다는 것을...
난 웃으며 주변에 이야기합니다.
"난 있지. 이담에 며느리 보면 이렇게 할거야. -얘, 아가! 전날 올거 없다. 아침에 와서 절이나 하거라. 그리고 주말에 오지말고 애만 보내고 너희둘은 여행이나 다녀오렴! - "
제가요! 아프긴 아픈가봐요!
투덜 거려도 아마 난 또 헤헤거리면서 커피 열심히 타겠지요.세상 며느리 여러분! 올해는 꼭 코피흘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