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를 가보면 요샌 나이먹은 분들이 다정하게
손잡고 오는분들이 참 많다.
그런분들을 볼때마다 거짓말 한개도 안보태고 부러버서
진짜로 눈이 튀어나올 정도다.
그저께 일요일
남편이 산에 가자고 날 꼬드겼다.
하이구 말이사....
남들었슴 디기 다정다감한것같이 얘길하지만...
사실은 울 남편하고는 같이가는건 아무런 재미도, 의미도 없다.
복장터지고 열불만 난다.
백화점이나 어디가서 물건사자면 두집만 들어가면
빨리 안산다고 성화고... 산에는 더 그렇다.
가파른길 올라갈때 손이라도 잡아주면 좀 좋을까?
그럼 연애기분 내서라도 따라가지.
완전 지팔 지흔들고 내팔 내흔드는 식이다.
힘들어서 쪼매 낑낑거리면
"밥먹고 그 힘도 없냐?? 많이도 먹드라만.."
내가 꼴란 하루 밥 세끼 묵은거 갖고 저러니 네끼를 먹었담
뭔소리가 나올지...
그리고 산에선 항상 나란히 가는게 아니라
자기혼자 성큼성큼 언제나 한정거장 거리를 먼저가서
날 빨리 안올라온다고 성화다.
산에 댕겨올때마다 담에 따라오면 내손에 장을 찌진다고
했는데 그 장을 벌써 열두번도 더 찌졌다. 히히.
근데 지난 일요일 또 가자고 꼬득이는거다.
내가 미쳤나?
올해는 죽어도 산에는 같이 안간다고 선전포고까지 했다.
'산에 가자'
'안간다'
'가자'
'못가'
'가자면 가는거지 뭔 말이 그리 많아'
불리하니 역시 망국의 독재근성이 나온다.
'하이구 내 몸 내 맘데로도 못하나?"
결국 조절한게 오르막에 오르면 필히 손잡아주고
세심하게 여왕처럼 받들어야한다는 다짐을 받고 나서야
동행을 하기로 했다.
눈이 내린 도봉산은 군데군데 얼음길이 덮여있었고
무지 미끄러웠다.
근데 이 남자 첫 스타트부터 마치 그옛날
일본 순사가 독립군 붙잡으러 다녔음직한 걸음걸이로
어떻게나 빨리 빨리 올라가든지...
(아니 날 배려해주고 여왕처럼 대접 한다는말 순 공약이네.
지가 뭔 국회의원이라고 공약을 안지켜?)
얄미워서 툴툴 욕을 하며 그래도 내딴엔 젓먹은 힘까지
다내며 쫓아가는데 한참가는 남자가 뒤를 휠끗 돌아본다.
(우이씨 같이 가면 누가 잡아묵나?)
멀리선들 성질나서 튀어나온 내 입이 안보이랴.
"어이 여왕! 빨리 온나"
참 나 기가차서 말이 안나온다.
내가 여왕대접을 하라고 했지 그 여왕을 불러달라고 했나.
"피죽도 한그릇 안먹은 사람같네, 좀 빨리 올수 없냐?"
"뭐시라고? 내 여기서 더이상 안가. 당신 혼자가라"
열나고 성질나서 아예 바위에 주저 앉았드니
"알았다. 너 아무도 없는 여기 있어라. 불의의 사고가
생겨도 나는 모른다"
옴마야. 세상에... 농담이라고 믿기엔 원판이 넘 심각하다.
이남자 간이 갑자기 왜 이리 크졌지?
전에같음 성질내서라도 데리고 올라갔는데...
글고 요새 남자들 마누라가 곰국 ?J여놓고 도망갈까봐
눈치보기 바쁜데 이 남자는 내가 곰국을 끓여놔도
눈도 깜짝 않드니 그 곰국묵고 간만 키웠나?
"난 올라간다. 니 알아서 해라"
세상에 이기 왕비대접이가?
이럴밖에 뭣하러 연약한 이몸을(메롱~) 델고온단 말이고....흑흑
근데 밉다고 어떤 할버지 할머니가 다정하게 손을 붙들고
내려온다.
개눈엔 뭐만 보인다드니 열받는데 내눈엔 왜 저런 장면만
자꾸 눈에 보일꼬?
울남편 돌아서서 한두걸음씩 발자국 떼는데
치사하고 더러버서 정말 못따라가겠다.
(난도 존심이 있지. 날 우습게 보지마. 인간아.)
공자라도 이럴때 어떻게 좋은말이 나오겠는가?
성질 나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인제 니따라 산엘 오믄 여태는 손에 장을 찌지라했지만
인제는 성을 갈란다)
그래 가자. 집으로~
옆도 안돌아보고 헉헉 소리내면서 눈물날라하여
밑을 보고 걷고 있는데 뭔 시커먼 물체가 앞을 가로 막았다.
이기 뭐꼬?
고개를 들었드니 뵈기도 싫은 울집 1번이다.
"야 왕이 가는데 왕비가 안따라오면 어쨔냐?"
"왕같은 소리하네. 비켜여"
요런때일수록 본때를 보여주기위해 매서운 표정을 지어야지.
근데 내가 성질내고 매서운 표정을 지으면 입이 더 튀어나온다.
각도가 그렇게 되어있다. 애고~
"빨리 올라가. 너 자꾸 고집부리면 진짜 성질낼꺼다"
(하이구 그래. 잘낫다. 성질내라. 나도 이판사판이다)
계속 씩씩 거렸드니 이 인간왈
"야 여기서 이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 빨리가자"
근데 진짜 사람들이 휠긋 휠끗 쳐다보는데 좀 챙피하다.
그러니 어쩌남.
부처님의 후손은 아니지만 부처님 사촌 닮을려고
노력하는 이도희가 참을밖에....진짜 치사하고 더럽다.
"이리줘라. 등산가방"
그러면서 내 섹을 뺏아들고 올라가는데
에구 그바람에 감지덕지해서 한 점수 줘버렸다.
(눈물난다. 얼마나 감지덕지 할게없었으면...)
그리곤 나도 모르게
"있다가 점심 뭐 먹을껀데?"
아이구 난 아무래도 이넘의 먹는거땜시 망할거야. 흑흑....
이럴때 왜 저런 소리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올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