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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졸업식


BY 해커 2001-02-15

요즘 한참 졸업시즌이라 생각나는 아련한 추억이 있어 떠올려 봅니다.
때는 중학교 졸업식, 벌써 15년 전의 일이네요.

저희 집은 소도시에서도 한참을 버스 타고 들어가야 하는 아주 시골 한 읍이었지요.
길도 비포장이라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답니다. 그리고 학교는 우리 집에서 걸어가면 학생들 걸음으로 40분 가량 ,버스 타고 가면 5분 정도, 그 시골학교 시골읍내에서 졸업식은 정말 커다란 행사중의 하나였습니다.
지금이야 집집마다 카메라는 기본으로 갖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집에 카메라 있는 집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읍내에 있는 작은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서 쓰곤 했는데 그만 행동이 굼떠서 카메라를 빌리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버렸습니다.
학생 수는 한 학년에 300명 가량이었는데 사진관에 있는 카메라대수는 10개 이내였으니 모자랄 수 밖 에요.
졸업식의 마지막순서로 ,떠나가는 졸업생과 남아있는 후배들과 눈물 콧물 찔찔 짜며 졸업식 노래를 끝으로 그렇게 끝이 났고, 바야흐로 그 졸업을 기념할 순간을 찰칵찰칵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지만 ,저를 비롯하여 카메라가 없는 친구들은 카메라 빌려온 친구들 옆에 서서 제발 한 장만 한 장만 찍어달라며 호소를 해보지만, 모두 자기네 친한 친구들이랑 식구들이랑 찍느라 그런 우리의 하소연은 바람에 날아 가 버렸습니다.
이대로 사진한장 없이 물러나야 한다는건 너무 끔찍하고 억울한일.
어찌할까나....... 친구들이랑 머리를 짜내던 중...
친구 하나가 묘한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뭔말이냐구요? ㅎㅎㅎ
졸업식을 두 번 하자는 얘기였죠.
어차피 오늘은 사진 찍을 엄두를 못 내니까 내일 다시 와서 우리끼리 사진을 찍자는 얘기였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5명은 그렇게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우린 전날 뒷동산에 몰래 숨겨둔 꽃다발과 앨범 졸업장 등을 찾아서 아무도 없는 텅빈 교정에서 이런 폼 저런 폼 잡아가며 50장의 필름을 다 소모해버렸습니다.
그 당시 사진관에서 빌려주던 카메라엔 필름이 50장 짜리 였거든요.
아무튼 그런 헤프닝 끝에 사진은 원 없이 찍었지만 지금 제 앨범에 중학교 졸업식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가 읍내에 없는 관계로 모두 타지로 나와야 했던 그 당시 ,한 친구가 집안 형편상 그냥 집에 남아 있게 되었고 우린 모두 그 친구만 믿고 돈을 맡기며 사진현상을 부탁했었는데 그 친구집이 갑자기 서울로 이사를 가 버렸습니다.
우린 친구가 사진을 찾았겠거니 하고 사진관엔 가보지도 않았고 서로 연락이 되기만을 바랬었는데 몇 개월 뒤 간신히 연락이 되어 그 소식부터 물어보았는데 미안하다는 말밖에 듣질 못했습니다.
그 추운 겨울날 40분이나 걸어서 학교로 가 또 몇시간동안 덜덜 떨면서도 이쁘게 나올 사진을 생각하며 추위도 참았었는데 에구~ 아쉬워..
우리의 그런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던거죠.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웠던 순간들 ..
해마다 졸업시즌만 돌아오면 그리운 친구들 생각이 나 몇자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