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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소설- 부엌신....3회


BY 토마토 2001-03-07

p26

중앙시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을 이용해도 좋았다.
개업초기,
나는 남대문 시장에서 숟가락과 교자상과 직원들 유니폼과 주방 가운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불이나 커튼이나 방석따위는 모두 동대문 시장을 활용했으며,
그 외 나머지 기본시설은 초보답게 전부 중앙시장에서 해결했다.
심지어는 중앙시장에서 직원을 소개받기도 했고,
메뉴에 대한 여러정보를 얻기도 했다.
원하기만 하면 사방에 거미줄처럼 얽힌 요식업계에 관한 정보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개업 후에도 여러가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단골가게에 전화를 해서
상담 아닌 상담을 하곤 했었다.
단골가게를 하나 확보해 놓으면 소량의 주문을 할 경우에도
별 불평없이 일일이 배달을 해주는 이점이 있기도 했다.


물론 이런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처럼 소박한 창업 혹은 우발적인 창업이 아니고 보다 치밀한 창업이라면
전문적으로 창업을 돕는 곳을 찾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메뉴에서부터 시설과 직원 확보까지 모두 컨설팅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처음에는 그들의 도움을 받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너무 막막했으니까.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작고 어설픈 모양새라 해도 내가 만들고 싶은 음식점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음식점이어야 했다.
크고 위대한 무엇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주 특별한 무엇,
그런 것을 나는 원했다.
각자의 개성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시 세상에 나 하나뿐일 것이었다.
컨설턴트보다 내가 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
나는 그래서 스스로를 믿기로 했다.


<욕심 내지 않고 소박하게>

황학동 중앙시장을 알고 난 후부터 나는 제법 노련해졌다.
식단가, 거래처, 배식대 등등의 말들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발음되었다.
문학이 어떻고 진실이 어떻고 하는 말들을 할 때보다 이런 말을 할 때
훨씬 마음이 편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득 놀라기도 했다.
장사에 속한 어휘들은 우선 구체적이고 정직했다.
추상에 겹겹이 은유를 덧붙여야 그럴 듯하게 통용되는 문학의 어휘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절박한 실존의식이 거기 있었다.
노련해진 나는 그래서 이번에는 빈집의 수리에 들어가기로 작정했다.
난생 처음 내가 주인이 되어 장사를 할 공간이었으므로
근사하게 꾸며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견적을 뽑았다.
그러나 이거야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중앙시장에서 그릇이나 비품을 사며 오고가던 돈의 단위를
훌쩍훌쩍 뛰어넘는 업자의 돈 계산에 나는 다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p30

다른 업자를 대 보아도 견적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 견적을 낸 업자는 이곳이 홍대 앞이라는 현실을 내세워
나를 주눅까지 들게 만들고 돌아갔다.
여기서는 어지간한 인테리어로는 명함도 못내미니까
이 정도 금액으로 이만큼 뽑아줄 경험남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위성 발언은 장사에 노련미가 붙었다고 으시대던 내
일천한 경력을 삽시간에 뭉개버렸다.
초보자들 누구나 그렇듯 이미 그쯤에서 나도 상당히 귀가 엷어져 있었다.
이왕 시작하는 일, 남부끄럽지 않은 시설로 덤벼들고 싶다는
장사 입문자들의 하영기를 그가 정곡으로 찌른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홍대 앞의 여러 고급식당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들을
답사해보기 시작했다.
다음날에는 원정 범위를 넓혀서 강남의 유명 음식점에도 몇 군데 가보았다.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내부장식이 훌륭하다고 추천 받은 음식점이나 카페들을 둘러보고 나니까
오히려 일시적으로 솟았던 무리한 시설 투자에의 욕심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대형 업소의 전문적인 경영전략들을 살펴보면서 저들은 음식업계의 프로이지만
나는 아직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현실을 확실히 깨닫게 된 탓일지도 몰랐다.
프로는 경력이 말해주지 시설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나야말로 음식업계는 물론이고 장사라는 분야에는 완전한 신참이었다.
바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오늘의 나를 상상해보지 않았었다.
이처럼 돌연한 신참이 어디 있으랴.


혹여 장사를 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둠침침하고 아늑하며 그러나 독특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의
자그마한 카페나 하나 열어 친구들과 하루종일 파묻혀 놀았으면,
하는 꿈 정도나 간간 꾸어보는 정도였다.
주인이면서 동시에 종업원이고 또 동시에 손님이기도 한 아주 작은 찻집.
그 대신 커피향은 그윽해야 하고, 음악은 가슴을 사무치게 만들어야 하며,
오고가는 손님들은 모두 교양이 철철 넘쳐야 하는. 알고보니 이런 꿈은
나만이 아니고 대다수의 중년여성들이 다꾸고 있는 것이었다.
손해가 나도 결코 망하지는 않고, 이익이 나도 절대 재벌은 될 수 없는
그런 가게 정도라면 감당할 수 있다고 모두들 똑같이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꼭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앞으로 나가서는 곤란한 일이었다.
나는 중심을 잡고 치우치지 않기로 했다.
중심을 잘 잡는 것도 사실은 노련하다는 증거일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원래의 의도로 돌아와서 의욕적으로 시설공사에 달려들었다.
어느 정도가 최선이고 아늑한 것인지 대략 감을 잡았으므로
인테리어 업자에게 도급으로 일을 맡기지 않고
항목별로 인부를 대서 아주 경제적인 시설공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거친 공사판 일은 남편이 맡아주겠다고 했으므로 겁날 것도 없었다.


눈에 띄는 인테리어를 한다거나 근사한 시설을 갖추겠다는
의욕을 버렸으므로 우선 없으면 당장 손님 받기가 곤란한 항목부터 체크해 나갔다.
다행인 것은 한 번 한정식집으로 사용된 건물이어서 그런 대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은 이미 되어있다는 사실이었다.
1층은 최대 3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큰 방 하나와 대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방 하나가 식사 공간의 전부였다.
나머지 공간에는 현관과 카운터와 주방, 화장실, 직원방이 있었다.
2층은 열 명 정도 들어가면 여유가 있는 방이 두 개,
그리고 서너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방이 하나였고,
나머지는 넓은 마루와 차실, 화장실이 있었다.
연건평 90평, 최대 수용인원 65명, 객실구조는 모두 좌식.
이것이 기존 시설의 현황이었다.


기존 시설에 새로 인테리어 개념을 도입해 공사를 벌인 것은 거의 없었다.
어디 하나만 특별나게 장식한다는 것도 전체 분위기에 거슬려
어색할 것이 뻔했으므로 나는 가급적 튀지 않고 아늑한 분위기로
최종 마감재들만 다시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품위있는 고급벽지와 장판,
그리고 창문에 바른 낙엽 섞인 한지 등이었다.


도색작업은 현관과 카운터,
배식대 주변만 흰색으로 깨끗하게 칠하는 것으로 끝냈다.
대신 값싼 소품들을 많이 이용했다.
남대문 시장을 들락거리면서 마른꽃이나 조화, 장식액자들의 재료를 사다가
창가 분위기를 살렸고, 인사동을 뒤져 냅킨꽂이나 수저받침들을 구입했다.
말하자면 큰 공사를 피하는 대신 작은 것의 아름다움으로
정성을 표현하겠다는 갸륵한 전략인 셈이었다.


. . . . . . . . . .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토마토^^* 올림.
..저는 제 평생에 서울을 두어번 이나 가보았을까요?
산골소녀 영자가 따로 없답니다.
ㅋㅋㅋ
그런 주제에 요런 서울 한복판 이야기를 마구 베껴 쓰네요...
삼모 이야기도 많이 읽어주세요.
4년에 한번씩 목욕한다는 사하라 뇨자들....
좀 지저분하지만...잼있어요.
좀 있으면 삼모 이웃에 사는 뇨자들이
삼모의 샌들도 가져가버리고
암튼 별것을 다..빌려달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삼모가 따져요.
"당신들은 내 남편 빼놓고는 다~~ 가져다 썼다고.. 돌려 주지도 않았다"고 했더니
사하라 뇨자들이 그래요."내가 언제 당신 남편을 빌려 달라고 했나요?"
하면서..ㅋㅋㅋ
동문서답이죠?
짬뽕으로 올려서 죄송한 생각이 드는데요.
제자신이 약간 지루하기도 하고 <독수리 타법>
또 읽는 분도 이것저것 읽으면 혹시 선택의 여지도 있고
또 저처럼 재미도 있으실 것 같아서 ...그렇답니다.


혹시..-동숭동 그여자-란 책을 보셨는지요?
동숭동 그뇨자는 대학촌의 하숙집 주인뇨자인데...ㅋㅋㅋ
엽기적으로 남학생들을 끊임없이 유혹을 하는 아주 희대의 총각킬러랍니다.
학교 캠퍼스 까지 찾아오는 그뇨자...
에궁..
제가 먼 후일 이곳에 올려도 되는지 심사를 해보고 올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