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니 길거리에 나이먹은 할머니가
자주 보인다.
겨울내 추우니까 방에만 계시다가 바람을 쐐러
나오셨나보다.
근데 요즈음 할머니들은 참 멋장이들이 많으시다.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그런지 내 어릴때 보던
할머니 모습하곤 너무 차이가 난다.
비녀찌르고 흰 무명옷입고 입을 오물오물 하시든
할머니가 아니라 꼬불꼬불 파마머리에다 원색의
옷을 입은 할머니랑
주름진 얼굴에 귀를 뚫은 할머니도 보이고
부티나게 금테안경을 처억 두른 할머니도 보인다.
언젠가는 나도 저 할머니의 대열에 낑길꺼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늙어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할머니가 아니라
손주손녀들에게 눈깔사탕값이라도 쥐어주는 멋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그게 내맘데로 될까?
언제나 시간이 정지돼서 내가 걍 이자리에 있슴
좋겠다.
내가 할머니가 되믄 울집1번도 자동으로 잇빨바진
할아버지가 되겠지.
나한테 저렇게 잘낫다고 큰소리 펑펑쳐도
가는 세월앞에 약 있나.
할아버지 되믄 나한테 꼼짝도 못할꺼다.
그생각만 하면 입가에 웃음이 돌고 기분좋아 죽겠다.
내가 쌈할때마다 씩씩 거리면서 써먹는 18번.
"늙거든 함보자"
아 근데 그때되믄 나도 할머니가 되잖아.
지금 성질나믄 울1번 뒷등판 팍팍 때려놓고
도망가기라도 하지만 그때쯤은 1번 등판 손만대도
찌그러지질 않을까?
나역시 도망갈 힘이나 있을까?
아마 그자리서 둘다 같이 찌그러지지 싶다.
아침에 두부사러 슈퍼에 나갔다가
폭삭 사그라진 할머니를 보고 미래의 내 자화상을
보는것같아 못내 처연했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