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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가면 안잡아묵찌.


BY 나의복숭 2001-03-08

마트에 들렸다가 생선코너 앞에서 오랫만에
칼치를 한마리 샀다.
옛날엔 헐해빠진게 칼치. 고등어였는데
요샌 우째된셈인지 그 헐해빠진게 비싼걸로
둔갑을 해서 칼치 한마리 살려면 숨한번 쉴만큼
큰맘을 먹지 않을수 없다.

오늘은 쪼매 갈등을 했다.
쇠고기 한근값과 맞먹는 칼치를 사나? 말아?
쇠고기는 한근을 사면 내 신조가 질보다 양이니까
물 쏟아부어서 국 끓이면 몇날몇끼를 개길수있는데
칼치는 거짓말 안보태고 딱 한끼다.
은빛비늘이 있는걸 노릇로릇하게 구워놓으면
울집1번 마누라야 먹든지 말았든지 흥부집 장남처럼
어찌나 재빠르게 손동작을 놀리는지...

옛날엔 나도 1004여서 우짜든동 남편이 먹으면
흐뭇하게 지켜봤고 내 한입 덜먹고 남편밥위에 놔줬는데
지금은?
천사에서 악마로 둔갑을 했다.
죽어도 같이먹고 살아도 같이 먹자는 식인겨...

적어도 가시발라 자기밥에 얹어주면 한번쯤 자신도
나한테 그래줘야 동양적인 미덕이아닌가?
근데 미덕하곤 담 쌓을작정인지 자기입만 밝키고
나한테는 니 알아서 먹어란식였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누가 말했드라?
그래서 나도 무조건 같이 먹기 시작했다.
(니입만 입이가? 내입도 입이다)
남편이 몸통먹으면 나도 몸통먹고 꼬리 먹어면
나도 꼬리 먹는지롱.
그랬드니 인제는 조금 남으면 오히려 내 먹어라고
땡겨놔주기도 한다. 착해라.
역시 사람은 자기 몸값은 자기가 올려야 되나보다. 히히.
사정이 이러니 아무리 통통하고 살찐 고기라도 딱 한끼다.

비싼 칼치옆을 슬쩍 지나칠려고 하니 칼치가 입 벌리고
눈 부라리면서
"내 사가면 안잡아 묵찌"
하는 폼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다.
그래서 안잡아먹킬려고 한마리 거금 일만냥을 주고 샀지롱.

집에와서 손질한 칼치를 씻을려고 내놨다.
미끌한 비늘이 많기땜시 1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 동강난
칼치를 하나씩 씻어가는데 젤 통통한 놈을 씻다보니
뭔가 이상한게 보였다.
실인가 싶어 자세히 봤드니
'캭~~~옴마야~~"
에구에구 칼치 몸 던져버리고 장갑도 벗고 인상은
드라큐라처럼 해가지고 싱크대에서 다섯발 물러섰다.
좁은 집이라 다섯발 물러서고보니 갈데 없지.

그 뭐시냐 꼭 하얀 실지렁이도 아니고 요충도아니고
애구 징거러...뭣같은것들이 구물구물 기어나오는걸 봤으니
이걸 우째.
거금 일만냥이나 줬는데...
아니 고기에도 이런 회충이 있나?
이럴땐 이넘의 밝은눈이 웬수다.
안봤으면 소금 싹싹치고 걍 묵었을까?
아유 그럼 더 안되쥐.

그나저나 버릴려니 아깝고 먹을려니 저게 내 몸속에
들어와서 새끼칠것같아 섬찍하고 징그럽고...
여태 살았어도 아직 이런것도 제대로 처리를 못하다니..
버릴려니 마넌이 울고
먹을려니 내몸이 운다.
모르는기 약이라고 나는 안먹고 살짝 울 남편에게만
구워줘볼려고 나쁜 맘을 먹어도 보지만
징그러워서 보기조차 싫은걸. ..읔~
이럴때 다른 사람들은 우째할까?
그거시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