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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완죤히 새 됬어. (초딩 아들이 쓴 일기)


BY 뒹굴이 2001-03-17

2001.3.16 금요일

오늘 아침일이다.

뭐 오늘이라고 인생이 장미빛으로 일렁일리도 없고 오늘이라고 길거

리 뽑기방에서 햄스터가 나 잡아 가슈 하고 해롱거릴리도 없을 것이

다.

인생은 언제나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오늘이니까.

내가 그 지지배를 만난 것은 불행이다.

하필이면 내가 터덜터덜 학교엘 가고 있을 그 시각에 그 지지배도 같

이 학굘 가고 있을 게 뭐람.

빨강 코트에 빨강 구두, 반짝반짝 야무지게 빗어 묶은 뒷머리엔 지 얼

굴만한 왕방울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지금사 그 모습이 유치한 거 같지만 적어도 아침에 그 모습은 "오 나

의 여신"이었다.

난 내가 언제 인생을 블루하다고 생각했던가 뭐 그런 것 우울하게 따

질 겨를도 없이 방울소리도 요란하게 그 지지배 곁에 바싹 다가붙었

다.

"변세나, 안뇽!"

살살 눈웃음을 치며 최대한 다정한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저께 내가 엄마가 아빠께 받은 사탕봉지까지 훔쳐서 지한테 갖다 바

친 것도 있고 해서 오늘은 아무래도 조금 다를 것이란 생각에 용기를

내볼 작정이었다.

자고로 여자는 선물에 약여.건 만고에 진리쥐.

" 뒹굴, 안녕."

과연 고 새침떼기 지지배가 배시시 웃음까지 베어 물고서 아는체를 했

다.

햐아, 지지배 고 미소 사람 애간장을 녹인당.

그래, 그럼 때는 지금이엽.

사람에겐 한번쯤의 기회가 오는데 요 뒹굴이에게 기회는 바로 요 땐

겨.

난 더 재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이 변세나 옆에 더 붙어서 살짝 말했

다.

"어어, 저어.... 변 세나, 나 정말 너 좋아 해!! 저어기 나랑 결혼하

면 안 될까?"

난 해냈다. 내가 지난 번에 엄마랑 결혼식장에 가서 꼭 이쁜 변세나

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이후 첨으로 그 결심을 실천할 고백을

한 것이다.

그러자 잠시 전까지만도 생글생글 웃기까지 하던 변 세나가 갑자기 엄

청난 모습으로 변하더니 내 조막만한 얼굴에(하나도 볼 것도 없는 내

작은 얼굴,흑!) 지지배가 들고 있던 신주머니를 사정없이 뿌리는 것

이 아닌가.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교실 쪽으로 뛰어 가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내 친구들이 나를 보고 있었는지 누

가 보고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어이없어 멍하니 서 있는 내 얼굴에 뭔가 뜨뜻한 것이 흘러내리기에

소매로 훔치니 빨간게 묻어 났다.

코피다. 난 그것이 아침 등교길이란 것도 잊고 엉엉 울었다.

사나이 자존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울었다.

하지만 교실에서 변세나를 만나도 이 사나이 중의 사나이 뒹굴,아무

말 안 했다.

울 엄마 하시는 말씀인즉, " 머슴아는 오직 여자를 편하고 잘 보살피

기 위해서 존재하는 기야. 그기 남자의 존재이유야. 뒹굴,니 오데가

서 여식아들 울리믄 안 돼. 알겄나?"

오직 그 말씀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난 오지게 터졌다. 누구한테?

학교에서 돌아 온 나는 먼저 엄마한테 그 말씀을 드렸다. 엄마의 장

한 아들이 고백을 했다가 신주머니로 맞았지만 보복하지 않았다구.

그러자 한 노블하던 울 엄마.

"뭐시라꼬? 니 시방 뭐라캤노. 천하에 몬되묵은 그 가시나한테 신주머

니로 얻어 맞았다고?

오이야, 이넘아 니가 그라고도 남자가. 이 문디야. 벌써 싹수가 노오

랗다. 하고, 내 팔자야. 내가 저거를 낳고 좋다고 자랑자랑 하고 다녔

다. 이 머시마야, 나가 죽든지 말든지 니 맘대로 해라."

그러고는 날 사정없이 팼다.

하지만 난 후회없다.

하지만 오늘 우리엄마의 교육관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난 지금

껏 모르겠다.

나 오늘 완죤히 새 ?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