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깨끗하게 치워놓는데 우째된셈인지
남편만 퇴근했다하면
울집은 귀곡 산장 비스무리하게 된다.
여기다 두면 저기가 걸리고
저기다 두면 여기가 걸릴판인데...
남편이 딱 현관문에 들어오면서 부터 그날한 청소랑 정리정돈은
우습게 되어버리고 완전 케세라세라가 되는겨...
큰집에 살땐 몰랐는데 좁은집으로 이사오니 그게 확 더
표시가 났다
양복을 벗고선 자신도 손있겠다 옷장문 열고 좀 걸어주면 될껀데
꼭 나한테로 좋은거나 주듯이 내밀고....
넥타이 풀고 와이셔츠 벗어선 침대위나 아무데나 휘딱 던지고선
목욕탕을 들어가면서 그넘의 양말을 벗는데....
한쪽은 이쪽에 던져지고 또 한쪽은 저쪽 구석에 던져진다.
걍 바로나 벗으면 말도 안해.
꼭 일부로 그런듯이 휘딱 뒤집어 벗으니 재주도 좋지.
그 버릇은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서 고칠려고 해도 안되었다.
냄새나는 양말을 공 만들듯 둥글게 만들어선 어떤땐
내 얼굴로 휘뜩 던지는데.....
냄새는 고사하고 약올라서 공놀이하듯 나도 같이 맞받아 던지곤 했다.
어린애도 아니고 나이먹은 사람이 이럴수가 있는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안되고 좋은말로 해도 안되고..
내 8짜라고 생각하고 이것도 즐기면서 하자 싶었든 어느날.
저녁에 퇴근해온 울남편.
양복을 나한테 내미는게 아니고 자신의 손으로 걸드니
속옷이랑 양말도 차곡차곡 새옷 개듯이 해서
목욕탕에 갖다 놓는게 아닌가?
첫날은 낄낄대면서 '해가 서쪽서 뜨겠다' 우짜고했는데...
담날도 말없이 그러는거였다.
갑자기 겁이 더럭 났다.
(에고.. 안하든짓 하믄 죽는다든데...혹시나 뭔 종합검사라도
받아서 불치병이라도 걸린거 아닐가?)
온갖 방정맞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잘먹든 간식도 조금 덜 먹는거 같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마시든 커피도 덜마시고...
내가 웃기면 웃는것도 전보다 조금 심드렁하고....
원래 말많은 나와는 반대로 말이 없는 사람이라
아무리 관찰해도 감을 잡을수 없었다.
'당신 어디 몸 안좋은데 있어요?"
맨날 말도 팍팍 놓고 했는데 존칭까지 나왔다.
'없다'
대답도 왠지 조금 힘이 없어 보이고...
애구 차라리 예전처럼 양말 내 얼굴 아니라 입에라도
던지고 옷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어질러면 좋겠는데...
갑자기 왜 하든걸 멈추고 안하든짓을 한단 말이고?
"당신 뭔일 있어요?"
"일은 뭔일. 없어"
얼마전 동창회에 돈 조금 기부한걸 내가 입에 거품물고
잔소리 한거 땜시 글카나?
별게 후회가 다 들었다.
(에구 남편아. 지발 냄새나는 양말 내얼굴에 좀 팍팍 던져라.
내 다신 그런거 갖고 잔소리 안할께)
다시 퇴근해온 다음날.
또 스스로 양복을 걸드니 양말을 벗길레
"요새 왜 양말 안던지는데?"
'니가 던지지 말라면서? 벗어서 항상 세수대야에 넣어라면서?"
말이사 100번 내가 한말이고 맞는 말이다만
지금 그거 따질땐가?
"아이다. 그렇게 하니 재미없어서 못살겠다. 걍 집어 던져라.
내 얼굴에 던져도 괜찮다"
나중에사 우째되건 말았건 일단은 그렇게 말할밖에....
밥먹고 커피 마시며 나랑 나란히 앉아있든 울남편.
갑자기 내 손을 척 잡는다.
에구..드뎌 뭔 고백을 할라나 보다.
안그럼 일년 열두달 가도 자진해서 내손을 잡는법은
손가락 꼽을 정도인데....
그래도 말이 쉽게 나오도록 내가 분위기를 잡아줘야지.
"내 손 이쁘재?"
"음~"
에구 눈물이 날라고 하네.
근데 남편왈
"넌 어디 아픈데 없냐?"
"엥? 나? 내가 어디 아픈데? 전혀 없는데..."
에구...이 양반 학실히 자기가 어디 아픈거 맞긴 맞는갑다.
"당신은 어디 아픈데? 왜 말 안하는데?"
'나도 아픈데 없어.'
"근데? 근데 전처럼 왜 양말도 안집어 던지고 그러는데?"
"뭐?"
울 남편 손을 놓고 내 뒷통수를 팍 친다.
에구~ 이것만해도 어디람.
나도 다시 낄낄거리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드니.....
옛날 한직장에서 가까이 지냈든 김과장이란 사람 부인이
며칠전 갑자기 'B형 급성 바이러스 간염'으로 엠브란스에
실려가다가 죽었단다.
평소 머리 아프다고 해도 집안일 거뜬히 해내고 해서
걱정도 안했는데 그렇게 되고 보니....
주위에 마누라 없는 친구를 첨 봐서 무지 처연했고
온갖 생각이 다 들드라나...
인제부터는 마누라 챙겨줘야 한다는 소리가
친구들 입에서 많이 나왔단다.
아이구~
샘플이 있어니까 인제 철이 좀 드는갑다.
그나 저나 그 부인은 나보다 한살이 적다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이후로 울남편- 양말 하나만큼은 절대 안던지고
한켠에 잘 놓아둔다.
꼭 어떤 자극이 있어야 말을 듣는 남자.
진작에 좀 그럴일이지.
그래도 하든 놀이도 멍석 깔아주면 싫다드니
난도 울남편이 양말을 안던지고 한켠으로 놓으니
오히려 확 던지면서 공놀이 할때가 더 그립다.
이것도 내가 철이 덜 난건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