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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고부간.시댁과의 갈등은 영원히 풀지못할 숙제인가!


BY 우울한 새댁.. 2001-05-11

요밑 "1036"번 님의 고민사항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씁니다.

전 결혼 7개월차된 새댁입니다.

저도 그분과 상황이 비슷한 경우였지요.

연애 3년동안 인사를 빨리드리고 그집을 제집보다 더 드나들며,

각종 선물과 편지등.. 또 독실한 기독교이신 어머님과 같이 제 모교

회까지 옮기며 다녔고, 무슨 행사나 대소사가 있을때면 그집식구중

예비며느리.. 저혼자 모든걸 감당해야했죠.

호칭도 엄마 부르듯이 자연스럽게 했고..

애교가 좀 부족하긴 해도 다른것으로 더 잘해드리며 정말 딸이 없는

그집에서 딸노릇을 하며 연애시절을 다 보냈었죠.

어머닌 좀 부끄러움을 타시는 편이시지만, 자상하고 우아하고 또 아는

것이 많으신 신세대시어머니시죠.

웃으면서 더할나위없는 자상한 표정으로 한번씩 빈정대는 소리를 하시

거나 속을 뒤집는 소리를 하실때는 오만정이 떨어지다가도,

어쩔수없는.. 정말 어쩔수 없는 며느리입장인지라 다시금 달려가고

다시금 마음을 다하곤 했습니다.

결혼도.. 신랑나이가 좀 어렸고, 장가 안간 형이 있었는지라,

우리집에서 사정하다시피해서 결국은 돈 한푼 안보태주시고,

전세집도 우리가 대출해서 장만해야했습니다.

가끔 집이야기가 나올때는 난 우리아들 그렇게 결혼 빨리시킬생각 없

었다...니네집에서 서둘러서 그랬다. 는 말로 내 오장을 뒤집어놓으

시곤 하셨죠..

그런말씀도 표독스럽고 야멸차게 하시는줄 아세요.

실실 웃으시며 자상하시게도 말씀하시죠.

결혼이야기가 나오고 별로 싸워보지 않았던 신랑과 마주앉아

술을 자주마시며 그집 식구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며 많이도

울엇습니다.

그러나 전 제 정성과 제 사랑으로 모든걸 극복할수 있으려니..했지요.

무엇보다 신랑이 세상에 둘도 없이 자상하고, 실력있고, 신앙심깊고,

착하고... 더 말이 필요가 없을정도로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

전 신랑과 결혼하는거지, 그집 식구와 사는게 아니라고, 그 문제를

넘 간과했던거죠.

결혼을 준비하며 돈문제며 집문제며 바쁘고 항상 내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신랑 대신 제가 모든문제를 해결하며 하나씩 준비해갔습

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누구들은 시어머님이 비상금을 얼마주시네.

축의금 들어온걸 절반을 주시네... 그럽디다만..

전 전화 놓을 돈이 없어서 2주간을 전화없이 살았습니다.

다행히 결혼전 다니전 직장을 계속 다니게 되어 맞벌이를 하는 상황입

니다만.. 지금도 시댁에 가면 시부모님은 고생한 우리아들..노래를

부르시지만.. 제 앞에서 살갑게 우리 며느리도 고생 많지? 라곤 한번

도 말해주시지 않았지요.

결혼후 살이 찐 신랑을 두고도 우리아들 살빠졌냐느니.. 먹는게 부실

하다느니.. 바쁜 아침시간에도 신랑 아침과 반찬과 국을 포함한 근

사한 도시락을 한번도 빼지 않고 챙겨주는 저인데도..그런걸로 칭찬

을 들어보기는 커녕 항상 비위만 상하고 말았지요.

울 신랑은 과거에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눈물만 나온다

는 효자여서 대들어보기는 커녕.. 어머니앞에선 순한양이랍니다.

형은 여자친구를 데려오면 부모님앞에서 그 여자 자랑하느라 침이 마

릅디다만은.. 어머니는 뒤에서 형수될 여자를 못마땅해하시지요.

후에 그여자앞에서 제 흉은 보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됩니다.

결혼전 연애하며.. 지금까지도 친구들은 제가 자상하고 좋은 시어머니

만나서 아주 잘 산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인상도 좋으시고 또.. 사람들 앞에선 우리며느리..하시며 손

을 잡을때도 많으시거든요.

그런데 본래성격인지.. 이중성격인지 모를 그 성격이 얼마나 저를 피

말리게 하는지..

결혼후에도 주에 한번씩 시댁을 갔었지만.. 니네들 어떻게 사느냐..

고 한마디 묻지 않고 당신 아프다는 이야기.. 고상한 이야기만 하시

는 분들이지요.

전 그런 모든걸 저의 정성으로 바꿀수 있다고 여겼다니까요..

발렌타인데이때 초컬릿을 하나하나씩 한달간 모아서 편지와 함께 드리

고 쿠키를 직접 굽기도 하고.. 전이나 여러 음식들을 해서 가지고 가

고 책이나 음악회 티켓도 자주 사드리고.. 밖에서 만나자고 해서 저

녁도 사드리고..

허나, 어림없습디다..

차라리, 시집살이 고되게 시키는 여느 시어머니처럼 앞에서 호통도 치

고 나무라시기도 하면 같이 이야기도 나누며 풀것을..

항상 얘기는 중심을 벗어나거나.. 빈정대는 이야기뿐입니다.

이젠 한계를 느낍니다.

해서.. 시댁방문도 점차 줄였고, 전화도 뜸했더니.. 언젠가 우리집에

잠깐오셨는데.. 찬바람이 쌩쌩불며 반찬만 획 던져놓고 가십디다.

이걸.. 다시 화해해.. 아님 이렇게 끝내버려.. 하다가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울 신랑은 제가 그간 얼마나 잘했고, 그간 제 정성을 보며 감동의눈

물을 흘렸던 사람인지라.. 지금 잘못해도 모든걸 용납하려 합니다.

니 잘못이 아니라고..

지금 맞벌이하고 있지만, 만년 적자이고. 크고 작은 행사가 가까이

닥쳐오고 있는데.. 그집사람들은 무얼 해줄것이냐..고 속없이 이야기

하곤 합니다.

어디 멀리라도 가서 살면 좋겠습니다.

이제 나에겐 신랑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 모든 미혼여성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결혼생활은 신랑하고만 이루어지는게 아닙니다.

시댁식구들, 다른문화, 다른환경.. 이게 얼마나 무시못할 것인지를

확실히 깨닫고, 혹시 예비시댁식구중 고약한 성격인 시어머니나,

시누이,동서가 있다면... 그리고 신랑 또한 그렇게 목숨걸어 사랑할

사람이 아니라면.. 결혼을 고려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제 동생도 몇달후에 결혼을 하는데..

시누이가 5명이나 있는데 좀 싸가지들이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발벗고 말렸지만.. 감수한다고.. 그냥 결혼하겠다고 하는데..

왜 전 그애를 보면 불행스럽게만 보이는걸까요..

앞날이 훤히 보인다고나 할까..

저도 가끔 친정엄마에게 이런소리를 합니다.

왜 그때 죽어라고 말리지 않으셨냐고..

제가 좋아서 우리쪽에서 먼저 결혼서두르자고 그 난리를 피워대면서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으면서..

아무리 심한 시댁사람들과도 잘 융화하면서 화목하게 지내는 경우가

있고..

겉으로는 문제없어보이는 평화로운 관계인데.. 속은 곪아터져서

수습도, 해결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저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행복해하며 그런걸 문제삼고 싶어하지 안는 여성들이여..

제가 결혼전 어떤 사이트에다 이런 글을 올렸지요.

"우리 시어머니되실분은 나를 딸처럼 여기시고,

나도 친엄마처럼 모신다.

신랑 너무 좋고..

좀 가난하기는 해도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 시부모님 넘 좋다."

그 뒤에 리플을 단 많은 아줌마들이 너두 살아봐라.. 그게 어디 몇달

가는지 보자. 끝까지 잘산다면 좋겠지만.. 결혼도 전에 그렇게 벌

써 좋다는거는 문제가 있다....

그게 모두 맞는 말이었음을.. 이제야 시인하며,

그사람들을 비웃으며 너희들이 불행하니까.. 행복한 나를 질투하냐고

여겼던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으므로..

행복하려 노력합니다.

아기가 있으면 더 나아질련지..

아이는 시어머니가 원하지 않아서.. 못 가지고 있습니다.

형편이 그렇고.. 형이 아직 결혼을 안했으므로....


저와 동질의 괴로움을 가진분이나, 제게 힘을 주실 분들..
리플을 달아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오늘 햇살이 너무 찬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