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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형


BY 솔숲 2001-05-11

아들과 오랜만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졌다.
날마다 술먹고 속썩이는 내 남자....그가 과연 나의
이상형이었던가.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술+술+술..
6살난 큰아이는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서면 첫마디가
"아빠 오늘도 회식이야?"하고 묻는게 인사다.
이젠 너무 일상이 되어버려서 그 일로 싸우는 것도 우습다.

사진 속에서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살포시 웃는 저 남자....
나의 이상형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그 찬란하던 20대에는 왜 저 남자가 나의 전부인것처럼
목숨걸고 사랑했던걸까?
지금에서야 겨우 사람보는 눈이 생겨 남자로, 남편으로
아빠로 정말 괜찮은 사람을 가려 낼 수 있을것 같은데.....

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진실이 더 소중한지를
정말 실감한다.
지금 다시 그런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두눈 먼저 꼭 감을 것이다.
부드러운 웃음때문에, 우수에 찬듯한 옆모습때문에 그런 이유같지
않은 이유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진 않을 것이다.

결혼해서 단 한번도 내가 이쁘지 않다고, 남편이 못생겼다고
싸운적은 없다. 그러니 그건 정말 정말 0.1%도 선택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
마음이 따스해서 곁에만 있어도 햇볕에 마음 쬐이는 것 같은 사람,
현명해서 한가지 잘못을 여러번 거듭 되풀이 하지 않는 사람,
속이 깊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생활이 정갈해서 같이 사는 사람에게 가장 존경받는 사람.....
지금의 이상형을 말하라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나랑 사는 이 남자..... 내가 생각하는 모든면의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다.
꼭 청개구리가 환생한것 같은 남자다.
그래서 더 이상 꿈꾸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