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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BY kaki 2001-05-22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 알 한 알 
드러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람은 
아픔을 낫게 하기 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 밤, 약병을 쥐고 울어 버린 나는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