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73

여동생 그리고 나


BY 나의복숭 2001-05-23

친정부모님 생신이라 대구와서 동생집에를 머물고 있다.
동생은 나하고 피를 나눈 자랑스러운 자매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너무나 틀려서 짜증이 날때가 많다.

공부를 잘해서 나보다 가방끈도 조금 더 길어서
대학에 전임으로 나가는데....
장미희처럼 세련되고 우아하여 나랑 한공장의
한 제조원료임에도 불구하고 얄미울정도로
여자답고 예쁘지만.
언니인 나는 만날때마다 매번 속이 확확 뒤집어진다.

야들 집에오면 자유가 없다.
첫날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반가워서 보따리 팽개치고
조카들 끌어않을려는 나에게
'언니야. 목욕탕 들어가서 손발부터 씻어라'
그넘의 마귀할멈같은 소리가 또 시작됐다.

말그대로 거울같이 반짝거리는 집의 기세에 억눌려서
일단은 씻어러 들어갔다.
고속버스에서 세균을 많이 묻쳐왔을거니까...
비누로 세수하고 내친김에 머리까지 다 감고 나왔다.
걸레로 발을 딱는데 역시나 걸레색깔이 거짓말 항개도
안보태고 울집 행주색깔보다 더 깨끗하다.
"야. 검사해라. 머리까지 다 감았다."
울동생 조금 미안한지 빙긋웃드니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저인간.
나는 안다.
목욕탕 들어가서 또 내가 비누방울이라도 묻쳐놓았는지
검사하고 새로 팍팍 씻을꺼라는거.
그래봐야 지만 춥고 배고프지.

방으로 들어갔드니 이건 방이 아니라 완전 전시용
모델하우스같다.
티끌하나 없고 시트자락하나 구겨짐이 없이 완벽한데
사람이 누워자는 침대라곤 도저히 생각할수가 없다.
'너 병은 조금도 차도가 없는 모양이구나'
'뭔병?"
'몰라서 묻냐? 슈퍼 결벽증 말이야'

하여튼 못말린다만 어쩌남?
지가 좋아서 하니까....
울집이 지저분해서 귀곡산장이라면 이집은 너무
깨끗해서 귀곡산장같다.

제부는 아직 안오고 조카들이랑 동생하고 넷이
밥을 먹는데 넘 조용해서 목구멍에 밥이 안넘어간다.
완전 기도하는 분위기다.
자고로 밥이란 약간 짭짭거리면서 소리도 내고
웃어가면서 먹어야 하는게 내 지론인데 다들
소리하나 내지않고 너무나 조용하게 얌전히 먹는다.
'니들 제대로 소화되니? 아이구 이모는 소화안되서
못먹겠다. 우유나 마실란다'

그러면서 냉장고서 작은 우유를 꺼집어 내어 그냥
마실려는데 어느새 울동생 쟁반에 컵을 받쳐서 준다.
'챠라. 나는 그냥 마실란다'
벌써 내 기분은 조금 뒤틀리기 시작했고..
꿀떡꿀떡 걍 팩채로 마시고 빈곽을 쓰레기통에
훽 집어 던졌드니 울 동생 또 얼른 꺼집어 내선
물에 씻어 얌전히 접는다.
아이구야...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쇼파에 앉아 티브를 보는데
울집에서처럼 비스듬히 내 편한데로 앉았다.
마침 동생이 쿠키랑 과일을 가져왔길레
사과한조각을 집었드니
'언니야 손씻고온나'
'아까 씻었잖아?"
"1시간도 넘었다"
"아이구 차라리 안먹고 말지. 챠라. 안먹을란다"
그래서 씻느니 안씻느니 둘이가 또 옥신각신.
동생 잣대로 보면 난 천하의 추접어빠진 인간이다.

조카애들은 이미 지 엄마한테 단련이 되서
아무렇지도 않은거 같지만 난 매번 속이 터진다.
휠끗보니 앉는 자세도 나하고는 천지 차이다.
가지런히 앉아서 두손 앞에 모우고 우아해게
티브를 쳐다보는데 떡을 똑이라하는 장미희 국화빵이다.

옛날 생각이 난다.
너무 쫀쫀하고 완벽한 동생.
바로 이웃에 살고 있었는데 그날도 시골에서 가져온
양념꺼리를 갖다 줄려고 지들 집엘 갔었는데....
동생이 가계부를 앞에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왜? 뭐가 틀리니?"
"응.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서...머리가 아파'
'대충 해둬라. 기억안나면 담에 적어.'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동생이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저넘의 성질에 돈이 맞을때까지 끙끙거린다는걸 내 알지.
'돈이 얼마나 틀리는데 그래?"
"응. 30원"
이럴때 성질 안나면 언제 성질이 날까?
가계부를 휘딱 뺏아서 집어 던졌다.
'치워. 그러고선 맨날 머리 아프다고 하고.
적지마. 머리 아픈 원흉이 따로 있었네"

시골 엄마가 항상 그랬다.
동생을 보고 들어오든 복도 나가겠다고...
생전 지손에 들어오면 움켜쥐고 내놓을줄 모르는 동생.
어떤댄 내가 지한테 베풀다가도 화가 난다.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열번을 줘도 당연하게
언니니까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한번쯤 동생이니까 언니에게 베풀겠단 생각은 왜 못하는지....
그래서 다들 날보고는 큰살림 하겠다고 하고
동생은 그냥 그렇게 살꺼라고 했는데...

지금 동생은 너무나 잘 살고 있다.
반면 나는?
다 떨어먹고 빈 털털이다.
그런데도 왜 난 여전히 동생이 안스럽고 안됐는지...
화가 나면서도 맘 안구석은 자꾸 웃을줄 모르고
완벽만 주장하는 동생이 불쌍타는
생각이 들고 연민의 정이 느껴지니....

'언니야. 힘들지?'
'아니. 여전히 난 사는게 재밋다'
'내가 언니같음 자살했을꺼야'
'자살같은 소리하네'

말이사 그렇게 했지만 온실속의 화초같은 동생은
억센 질경이같은 나하고는 틀려서 환경이 뒤바뀌면
못헤쳐나갈게 틀림없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두통때문에 늘 약을 달고 다니면서도
그놈의 결벽증은 고쳐지질 않으니...

오늘도 어쩔수 없이 동생 하라는데로
시간시간마다 말 잘듣는 삐에로처럼 손씻고 발씻고
그러다가 싸우고...그럴께 틀림이 없다.
저병만 아니면 정말 나무랄때 없는 동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