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빨래 얼룩을 게으른 탓에 못 지워 락스에 담갔습니다. 1%만으로도 물고기가 입과 코로 피를 쏟으며 죽는다는 헹굼물을 버리며 팔순이 되어가는 시어머니 생각을 합니다.
서울내기 잘난 며느리가 경주 토함산 뒷골, 버스도 안 다니는 오지마을에 시집이라고 찾아갈 때는 참 헛생각도 많았더랬습니다. 설겆이할 때 아침에 쓴 퐁퐁물을 저녁까지 끓여 다시 쓰고 계시더군요.
설겆이도 찌꺼기며 밥풀 미리 다 걷어내고, 기름 안 묻은 그릇은 그저 끓는 물에 데쳐내고, 기름기 있는 그릇만 따로 건져, 그것들만 비눗기도 잘 나지 않는 퐁퐁물에 씻는, 참 번거로운 방식을 고집하고 계셨습니다. 아궁이에 일일이 불을 지펴야 물을 끓일수 있는 형편인데도 말입니다.
아직 새댁이라 거역을 못하고 따라하고 나서 아직 뜨거운 그 물을 들어 수채구멍에 버리려고 했습니다.
야야, 와 그라노? 말리실 때도 왜 그런지 몰라서 왜요, 어머니 하는 이 잘난 며느리한테 한글도 모르는 노인네가 말씀하셨습니다. 그 뜨거운 걸 거기 버리면 수채에 사는 것들 다 죽는다고, 그것들도 목숨인데 실지렁이든 장구벌레든 뜨겁고 독한 물로 죽이지는 말아라고.
아마 세상을 살면서 그렇게 따뜻한 말은 다시 듣기 어렵지 싶습니다.성인도 부처도 학식도 없지만 지목숨이나 내 목숨이나 목숨은 한가지라는 말씀은 두고두고 가슴을 쳤습니다.
그 후로도 여러번 대학 나온 잘난 며느리가 얕은 지식으로 하늘을 버퉁기려든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하나, 빨래를 제대로 하나, 아는 것이라고는 입안에만 조잘거려 있을 뿐, 그 심심산골 속에서 호박잎 하나 딸줄 모르는 어랜애더군요(호박잎은 일곱마디마다 딴답니다. 마구 따면 호박이 안 열고 너무 안 따도 잎만 무성한 쓸모 없는 것이 된다구요)
옛어른들의 솜씨도 맵시도 야무진 손끝도 아무 것도 잇지 못하고 세월이 흐릅니다. 그분들 다 가시기 전에 무어든 익혀야 하는데 풀잎인지 약초인지 나물인지 하늘 아래 사는 것들에 대한 참으로 중한 지식은 한 가지도 제대로 몰라 그저 되지도 않는 책이나 들여다보는 대학 나온 잘난 며느리.
- 날마다 부끄러워 하루에도 몇번이나 혼자 얼굴이 달아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