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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면서 (34)


BY 보문할매집 2001-06-13

6월 9일 토
시위 48일, 노숙 74일째

오늘은 아이들을 기다리느라 목이 길어진다.
빨래감과 함께 풀어 놓는 이야기 보따리는
하룻밤이 짧기만 하다.
비록 천막이지만 나의 날개들을
양쪽에 끼고 누우면 행복 하다.
남편도 오늘은 아이들 생각으로 지새우리라.

처참하게 변한 집터에 달랑 텐트 하나 쳐있건만
이걸 집이라고 들어 오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프다는 것으로는 부족한
그런 심정이 된다.
그래도 항상 밝은 얼굴로 엄마를 부르며
달려오는 나의 보배들!
내가 바로 이 아이들의 집이었구나.

이 집을 지은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면 황당해진다.
80년대가 호시절이었다는 이분은 당시 정당 활동을
하였다던데 이 집을 짓고도 벌금 한 푼 안냈다고
자랑 삼아 얘기 하곤 한다.
이 분이 우리집이 철거 됐을 때마다 찾아 오긴 하는데
무슨 양심이라도 남아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제 손으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당당하고
20년이나 있던 집을 샀던 우리는 죄인이다.
그 당시에 조립식 지붕만 몇장 수작업으로 뜯어내고
다 마무리 된 일인데 왜 이제와서 이 난리냐고 하니
오히려 우리가 할말을 잃어 버린다.

이 집을 짓고 팔면서 거액을 챙긴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이고
힘없고 빽없는 우리는 못난 사람이다.
이 집을 지은 사람에게 이 집을 지은 당시에
지금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했더라면
이렇게 억울한 사람도 없을테고
시 행정도 떳떳 하련만.
그런데 황남빵을 보면 그때나 이때나
하는 짓들은 마찬가지다.
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살리고 ...
그러고도 법대로 했다는 소리는 어찌 나오는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