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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면서 (43)


BY 보문할매집 2001-06-25

6월 20일 수
시위 60일, 노숙 85일째

시위를 마치고 내남교도소로 향했다.
얼굴을 보여줘야 안심을 할테니까.
"미안하다."
유리막 너머로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떨린다.
말하지 않아도 그는 알고있다.
엄청나게 쏟아진 비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괜찮다고 말하려다
죽을뻔 했다고 대답했다.
그래야 그가 덜 미안해하리.
나혼자 군데군데 도랑도 파고
물길도 여러군데 막았다고
자랑(?)을 했더니 남편이 웃는다.

엄살도 많고 몸도 튼튼하지 못한 내가
얼마나 기를 쓰고 사는지 그는 알고있다.

아이들은 잘 있냐는 물음에
아들이 수학여행 간다고 왔었는데
도시락도 못싸줬다는 말이 나와 버렸다.
삐질삐질 눈물이 또 나온다.
"울지마. 이다음에 잘 해주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길을
눈물을 뿌리며 되돌아 온다.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