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계약 커플 1호: 이상호-이지용부부]
결혼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한 국내 최초의 커플이 탄생했다. 지난 23일(토) 결혼, 현재 제주도에서 신혼여행중에 있는 이들 커플은 신랑 이상호(32)-신부 이지용(28)씨 부부.
이들 부부는 또 오는 7월 4일 여성부 주최 여성주간 행사에서 서울특별시 여성정책실 추천 평등부부로 선정돼 평등가정문패를 받게 된다. 이들 부부가 한국에서 아무도 하지 않은 ‘부부재산계약’을 하기까지는 험난한(?) 고비가 많았다.
부부재산계약제도란 결혼전 부부간의 계약을 통해 결혼후의 재산관계를 정하는 것으로 결혼 전에 가져온 재산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이혼할 때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사전에 약정하는 제도.
그동안 결혼하는 남녀 사이에 재산문제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등기하는 것은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 국내에서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결혼후 부부 관계는 자동적으로 법정재산제의 적용을 받았다.
법정재산제란 부부의 재산관계를 법률에 따라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정공방으로 이어져 시간과 소송비용의 낭비를 피할 수 없었다.
부부재산계약 커플은 이씨 부부외에도 지난달 21일 인천지방법원 남동등기소에 등기를 신청한 김○○(29)-장○○(29)씨 부부가 있다. 지난달 결혼한 이들 부부는 국내에서 최초로 등기를 한 부부재산계약 등기 1호 커플이나 일체의 인터뷰를 사절하고 있다.
이씨 부부는 등기는 김씨 부부보다 늦었으나 계약은 사실상 더 일찍 해 부부재산계약 1호 커플이 된 것이다.
사내커플인 이씨 부부가 근무하는 회사는 결혼정보회사 듀오. 그러나 ‘합리적인 평등 결혼문화 정착’을 위한 ‘부부재산계약제도 도입은 듀오에서도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이유는 부부재산계약이 ‘결혼과 이혼을 밥먹듯이 하는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혼을 염두에 두고 하는 서구문화 흉내’이며 그것이 ‘우리의 결혼문화와 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신랑 이상호씨는 “처음 로서브에서 의뢰가 온 것이 3월이었는데 저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갈등이 많았습니다. 친구들까지 미국에서도 백만장자들이나 하는 계약이라면서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부가 결혼을 하게 되면 재산권 합의뿐만이 아니라 가사노동, 육아, 가정생활, 서로에 대한 성실도 합의 등 구속력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이 결혼전에 부부재산계약을 한다는 소식이 있자 이번에는 처가에서, 특히 장모의 반대가 극심했다. “아내도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가 제가 한다니까 수긍을 했는데 이번에는 친정어머니의 반대 때문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보수적이고 순종적인 성품이신 장모님께서는 이혼을 염두에 둔 계약이라고 무조건 반감을 가지셨습니다. 장모님뿐만 아니라 민방위 교육장에서는 ‘남자권리’ 포기하는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등기 양식조차 없을 정도로 사문화된 조항을 부활시켜 맺은 계약은 재산계약뿐만이 아니다. 신랑 이상호씨가 마련한 주택은 아내 이지용씨의 제안에 따라 6(남) 대 4(여)의 비율로 공동명의로 했고, 맞벌이 부부인 이들 부부의 가사노동과 육아도 아내의 제안에 따라 6(여) 대 4(남)의 비율로 정했다.
또 특약사항으로 경조사금을 처가와 시가에 동일하게 지급한다는 내용과 남편의 외도나 이유없는 사흘이상의 늦은 귀가나 외박, 폭음, 이틀이상 지속되는 도박이나 놀음 등도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신랑 이씨는 대학 시절 여성학 수업을 들을 때도 반감을 많이 가졌고 졸업 논문도 ‘흔들리는 남성’을 주제로 썼다고 전하며 자신이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가 부부재산계약을 한 것은 평등이나 여성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가정을 지켜줄 아내 사랑을 위해서입니다.”
여성〓유숙렬 기자 slyu@munhwa.co.kr
* 출 처 : 문화일보 200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