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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붙잡는 누나가 이뻐서...


BY 나의복숭 2001-07-03

친구가 몹쓸병에 걸려서 헌혈증이 필요하다니
다들 여기 저기서 헌혈증을 모아서 주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보기 좋다.
근데...
나도 친구니까 헌혈을 해서
'자아 여깃따'
요렇게 생색내며 헌혈증서를 척 내밀어야 하는데...

나는 겁이 많아서 진짜로 주사도 못맞는다
이나이에 내숭도 아니고 야튼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만
실제상항이 그런걸 어쩌남.
병원가는게 죽기보다 싫어서 맨날 내일..내일..글카다가
하루만 치료받으믄 될 잇빨을 거의 보름간이나 치료를
받아야했든 한심한 전과도 가지고 있다.
근데 현혈을....에구.

할수있나 뭐.
내가 못하믄 대타라도 구해서 헌혈증을 모아줘야지.
이럴때 젤 만만한게 울아들넘이다.
이넘은 옛날부터 말그대로 심심하믄 현혈을 하는넘이니까...
그 동기가 헌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박애정신으로 하면사 얼마나 좋겠나마는
요넘은 말 그대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순전히 헌혈하믄 주는 조그마한 콩고물에 눈이 어두워서
팔뚝을 내미는 나쁜넘이다.

고딩때도 어미가 있는돈 없는돈 긁어모아서
우짜든동 공부하는데 체력 안딸리도록 요것 조것 해먹여놓으면
헌혈하믄 주는 빵하나와 우유에 팔려서
팔뚝 내미는넘,
재미로...
심심해서...
붙잡는 누나가 이뻐서...
이유도 가지가지로 갖다붙이고는 헌혈증을 나에게 내밀었는데...
군대가고나니 울집에 구불러댕기든 헌혈증이 오데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원래 개똥도 약에 쓸라믄 없는거...
할수없이 아들넘 전화가 왔을때 매달리는수밖에...

'원아. 너 요새도 헌혈하니?'
'예 그렇습니다'
나하고 둘이 있슴 '당근이죠'의 재밋는 말투가
옆에 상관 비스무리한 사람이 있는지 제법 씩씩한 표준말.
'아 그럼 헌혈증서 있지? 그거 엄마한테 좀 보내라'
'헌혈증서요? 그거 내무반서 다 걷어갔는데요?"
'아니 누가? 왜?'
봉창 무너지는 소리가 와르르...
'부대에 누나가 백혈병 걸린 사람 있거든요.
그쪽에 전부 모아 줬습니다'
"아구 그럼 너 한장도 없냐? 너그 동료도 가진거 없냐?"
'현재는 없습니다'
애구..꼭 내가 뭐든 맘먹고 좀 해볼라믄 이렇단 말이야.
'그럼 너 언제 헌혈할꺼니?'
인제는 완전 아들 헌혈 하라고 은근히 꼬드기는 비정한 엄마.ㅎㅎㅎ

공주과가 아닌 무수리과의 어미니까 당연하게 아프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지 이넘은 헌혈증이 누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음. 엄마 칭구가 백혈병 비스무리한거 걸려서 필요한데
니가 없슴 엄마라도 헌혈해야 하걸랑. 내 헌혈할까?"
(아이구 진짜 하라고 하믄 우짤꼬? )
근데 울 무뉘만 효자 아들보소.
'어머니 저가 이번에 헌혈차 오면 헌혈해서 다른동기꺼랑 모아서 드릴께요.
어머닌 절대 하지 마세요"
애구 착한 내 아들넘.
앞으로도 뒤로도 맨날 요렇게 착하믄 얼매나 좋겠노만...

'응. 니가 하지 말라믄 안해야지. 그럼 꼭 모아서 보내도고"
내가 언제부터 아들넘 말을 이렇게 잘 들었을까? 히히.
근데 같은 식구인데 무촌이란 울 남편 함보슈.
밥 묵으면서 이런 저런 말끝에
'내 헌혈할까?"
당연히 하지말란 소리가 1초내로 떨어질줄 알고
걍 한번 글캐본 말인데 이남자 대답이 날 울리네요.
'그래. 한번식 나쁜피 빼주는것도 좋아. 피를 맑게 하니까..'
우짜고 저짜고 설명을 하는데 뒤에말은 꽤씸해서 끝까지
듣지도 않했다.
(뭐 나쁜피라고?
나쁜피 같은 소리 하네. 난 존피만 있다 우짤래?
내 이 연약한 몸매에 헌혈할때가 어딧다고 그런 무식한
소리 하노. 하긴 도람통 몸매니까 글카긴 할끼다만.)---->속으로만.

진짜 아들하곤 다른 너무 의외의 답을 듣고 보니
정신이 멍~
조금 배신감도 들었따.
밥맛도 화악 달아났따.
이럴수가...양반입에서 욕.욕.욕 나오는기 아니고 벌써 나왔다.
아이구 아들아. 너그 비정한 아부지 함봐라.
엄마보고 피빼란다. 흑흑....

근데 진짜 헌혈하믄 피가 맑아 지남요?
그라믄 왜 대통령 같은 사람은 피 안빼요?
그거시 알고 싶다. 메롱~

피에수: 울 아들넘 어디서 꼬불쳤는지 헌혈증 10장 보내왔심다.
이럴때는 와이리 효잔지 몰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