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EBS 난상토론에선 현모양처상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여지더군요. 특히 아줌마 웹진 편집장이라는 분은
제 생각을 꼭집어 말씀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의 여자를 두고
예전엔 현모양처라고 했는데, 그러나 그게 알고보면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회적 통념이라는 거죠..
어그러진 관념과 사회를 바꾸어가야 할 시점에서
여자들도 이기적으로 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자기자신에게 보다 더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뭐, 이런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반론도 있었는데
시어머니 눈치때문에 다 못보고 채널이 바꾸어졌지요..
아컴의 많은 글들을 읽어봐도 그렇고
자기자신이란 건 모르고 그저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식들은 특히 남자들은
여전히 지금의 아내들에게 그 역할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집에 들어와 아침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정시퇴근해서 저녁시간 아이 돌보기는 나의 필수적 역할이고
자신이 설거지를 하고 안하는 것, 그리고 아이랑
놀아주는 것은 형편에 따라 선택사항이라는 것..
나를 조여드는 것들이 그뿐이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가 어떠다 회식이나 모임있다고
집에 전화를 하면 난 저녁걱정에, 온갖 눈치를 봐야하고.
아들은 바깥모임 아무 눈치없이
바깥모임 가질 수도 있지요..
또 아들은 늦게와도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나만 끝까지 기다리십니다.
두눈 부릅뜨고 늦게 들어오는 며느리 눈이랑 마주쳐야
속이 풀리실까?
푸~
남편 : 그까짓 밥한다고 유세냐?
나 : 그럼 그까짓 밥 당신이 대신 해.
나도 좀 편해져야 겠어. 나도 늦잠자고 싶고, 퇴근할 때 저녁식사 걱정 안하고 싶어. 당신이 내 역할 해, 그럼 내가 당신 역할 하면 되잖아
남편 : 끊임없는 억지소리..어쩌구 저쩌구..
결론, 자기는 남자고 난 여자이니까 내가 좀 더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
컨디션, 기분, 일거리 등에 관계없이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정해보라고 요구했지만 답을 회피하는 군요.
저보고 혼자 살았어야 하는데...결혼을 잘못 한 여자라네요.
결혼하면 모든 여자들이 그렇게 사는데 왜 유독 나만 별나게
굴면서 싸움을 일으키느냐고...
결혼 초부터 가정내 불평등한 역할 분담과
관념들에 대응하여 지금까지도 작은 전투를 몇차례 치루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저 역시 힘이 듭니다..
싸움후에 얻어낸 것들도 몇가지는 있습니다만,
요즘에 들어서는 좀 지치기도 해요.
'여자가 좀 양보를 해야지.. 엄마이고 아내인데..
가정에 들어가면 더 많이 해야지. 어떻게 균등분할을
외치는가?'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힘들게 하는 건,
가사량이 아니라. 여자는 싫든 좋든 자기 역할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거고, 남자로 태어난 남편이란 자는
자기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도 아이 잠깐 봐주고
어쩌다 설거지 해주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는 관념이죠...
물론 끝까지 거부하며 내 몫을 찾고 싶고,
나도 자유롭고 싶고, 평생 짊어져야할 나 혼자만의 역할이 아닌
공동역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지만..
오늘은 좀 지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