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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예쁜 우리딸


BY 도초 2001-07-15

7월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어 놀이방에 맡긴 우리딸(37개월)
매일 늦어도 7-8시까지 잘 놀아주고, 병치레 한번 없어서 넘
고마웠다.
오늘은 큰맘먹고 세상구경 시켜 줄려고 일찍 서둘러서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갔다. 구경하고 나오는데, 울딸이 엽기토끼 인형을
사달라고 한다. '오늘은 기분이다'하고 조그만 걸로 하나샀다.
계속 들고 다니며 너무 좋아했다. 에고, 저렇게 좋아하는걸
이제야 사주게 되는구나...
근처에 아는 언니집이 있어서 놀러갔다.
그 집에도 울딸과 동갑인 딸이 있다. 둘은 몇달만에 처음
만났는데 잘 놀다가 계속 싸우기 시작했다. 장난감 하나를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싸우고 울고...
그러다 가방에 넣어둔 엽기토끼가 생각났는지, 울딸은 들고와서
친구에게 자랑한다. 물론 그 애도 갖고 싶어서... 그때부터
또 서로 토끼가지고 놀려고 난리치고...
"이 토끼 친구한테 주고가자.." "싫어 내꺼야"
집으로 가기위해 아파트를 나오는데, 그 토끼를 챙기며 꼭 끌어
안고 간다. 난 괜히 그언니에게 미안해서 "친구 주고 가자. 응?"
하며 꼬셨지만 막무가내였다.
배웅나온 언니와 한참을 걷다가 헤어지려고 인사하는데
갑자기 우리딸이 그언니 딸에게 다가가서 엽기토끼를 쥐어준다.
난 순간 가슴이 찡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장난감을 헤어지는 친구에게 스스럼없이 주는구나.
조금 전까지도 자기꺼라면서 챙기더니..
그언니와 난 놀라서 말을 못했다.
어쩜 내딸이지만 4살짜리가 저렇게 마음이 넓을수가...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딸에게 물었다.
"너 그 토끼 왜 친구에게 줬니?"
"친구가 헤어지는데 너무 예뻐서...(아직 4살이라 어휘가 풍부하지
않다)"
난 그순간 우리딸이 너무 예뻤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싸우던
친구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순순히 내어주는게 쉽지
않을텐데, 더군다나 37개월밖에 안된 아이가...
내일 꼭 그인형을 다시 사줘야 겠다. 사랑스런 울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