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쌈을 했다
항상 첨엔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것으로부터
쌈이 시작된다.
대화라면 어지간히 많이 한다고 자부하는 울부부임에도
(하긴 대화의 대부분이 일방적인 내 얘기긴 하지만)
이해의 골이 이리 깊으니....
얘기의 발단은 말그대로 한마디 말.
더도 덜도 아닌 딱 한마디말 때문였다.
남편의 외가쪽으로 장애인이 한명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모든걸 타인의 손에
의존해야할 정도인데 결혼을 한다고 했다.
결혼.
물론 장애인이라고 결혼하지말란 법은 없다.
서로 돕고 서로 의존하면서 비슷한 장애인끼리
결혼하는거 누가 나무랴랴.
근데 요는 자신은 장애인이면서 장애인은 싫댄다.
비장애인하고 하고 싶다나.
그러니 가뜩이나 입빠른 소리 잘하는 내입에서
아무소리 안나온다믄 비정상 아닌가?
'아이구 웃기네. 장애인이면서 멀쩡한 사람하고
결혼한다고? 꿈도 야물딱지지..."
내가 장애인을 비하해서 하는 소린 절대 아니다.
근데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자신은 장애이면서 장애자와 결혼을 기피하믄
그럼 멀쩡한 사람은 누가 장애인하고 결혼할라 하는가?
물론 둘이 연애해서 죽고 못살아 하는 결혼도
있기야 있겠지만...
그러나 보통은 다들 그렇게 생각지 않을까?
근데 울집 남잔 꼭 자신이 장애자이기라도 한것처럼
내가 그소리 하자말자 날 홱돌아보더니만
'넌 뭐가 그리 잘났냐?'
나?
잘난거 없지.
글치만 내가 자기보고 그런소리 한것도 아니고
왜 남의일에 지가 저리 열을 내나 말이다.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
'장애자는 정상적인 사람하고 결혼하믄 안되는 법있냐?'
으이구 17+1=?
지가 장애자조합 대표이사라도 되남?
'아니 당신이 장애자가? 왜 당신이 그리 열을 내는데?"
동대문서 뺨맞고 서대문서 눈홀기는식인가?
괜히 밖에서 뭔가 성질 나는거 있는데
내가 걸려든건지 만만때때한 사람이 마누란지
내보고 '옳타. 니 잘걸렸다' 식이다.
맘같으면서 니죽고 내죽자식으로 속 시원하게
대들면서 쌈 하고 싶다만 에휴~
가뜩이나 여러가지로 신경 곤두서있는 남자
건드려서 좋을꺼 없단 생각이 들어서
참고 있자니 속은 부글부글~
반항심은 용암처럼 솟아 오르고...
하필이면 이넘의 남녀평등도 안되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여자라고 참고 있어야 하니 애구...
걍 내 이 보살같은 입 꾸욱 다물고 있을려니
나도 성질나서 죽겠고 그래서 마루에서 뭐라뭐라
잔소리 하는남자 두고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마침 남편 벼개가 눈에 뛰길래 니 잘보였다 싶어
확 집어 던져버리고 혼자 누버있었는데...
도데체 이넘의 부부 쌈은 통계로 따져서 몇살되믄
끝나는지?
남들은 나이먹으면 여자 기세가 펄펄 산다드만
이집은 우째된셈인지 그러질 못하니...
여자들이 이럴때 곰국 끓여놓고 나가는가?
진짜 부부쌈할때는 원수가 따로 없다.
남편이 바로 원수다.
아
오늘은 원수하고 한방을 쓰야 하다니....애구 내 8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