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25일 금요일.. 꾸물꾸물한 하늘..
거울을 들여다 보니..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삐죽삐죽 머리 밖을 따로이 노닙니다..
도깨비 같군..
어제는 기어이 미용실에 갔었습니다..
" 언니.. 매일매일 이렇게 짧은 생머리였거든요..
좀 바꾸었으면 하는데요..
요렇게 짧은 머리를 꼬불땅꼬불땅 파마해도 될까요..?? "
내가 물었고.. 드디어 난 파마를 했습니다..
누군가 (회사 남자 동료였지..?) 예전에 그랬었습니다..
슬픈강아지처럼 생겼다구..
파마를 하구 나타나니..
그렇게 말한 누군가가.. 이번엔.. 애완견같다구 그럽니다..
칭찬일까요..?
또 어떤 사람은 그럽니다..
유독 그사람만..
(꼭 30대후반 아줌마 같으다..다음부턴 절대 머리가지구 장난하지 말아라..)
그런데 그사람 표정은 꼭 진짜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남들 눈이야 어떻든..
구냥 나는 새로운 기분에 한두달정도는 그냥 이 머리로 살으렵니다..
내가 보아도 약간 우스꽝스럽긴 합니다만..
어제는 늦게 샌드위치를 하나 사들구서 집에 들어섰는데..
옷도 갈아 입지 않았는데.. 전화벨이 요란스러이 울립니다..
친구입니다..
학교다니느라.. 회사 다니느라.. 계절감각 느끼느라.. 감정조절하느라.. 힘들다구
넋두리를 한시간 삼십분을 늘어댑니다..
오냐.. 오냐.. 구래구래...
남들도 다 너처럼 사는 거야.. 구래구래.. 이해하지..
구래두 어쩌겠니..? 그런게 사는건데.. 이러믄서 다 들어주구..
그럴듯하게 위로도 해 줍니다..
그러구선 혼자서 되게 많이 웃었습니다..
그래.. 다.. 힘들구나..
내가 얘기하는 소리중에..
그 친구 위로하느라 해주는 얘기속에
내 문제들의 해결책도 다 들어 있습니다..
어느새 그 친구에게 나는 참 슬기롭게 삶을 이겨내는 여자아이로
둔갑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랬습니다..
기분이 후져.. 되게 후져..
그래서 머리래두 잘라야 할까봐.. 그래서.. 커피래두 마셔야할까봐..
그래서 비디오를 보아야겠어.. 책을 읽어야겠어..
그래.. 되게 후진 기분을 밀어내느라.. 이것저것을 해봅니다..
그러면 .. 또 금새.. 어느만큼씩은 후진 기분이 밀려나는거 같습니다만..
어쩌면.. 우리는 늘 이런 연속의 생활들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그러니.. 그냥.. 그런 것들은 일상이겠지요.. 생활들이겠지요..
친구의 수다를 다아 들어주구.. 전화를 끊습니다..
그래.. 좀 우울하구나..
씻어야겠어.. 그럼 좀 나아지겠지..
찬물에 어푸어푸! 씻고 들어와 침대 전기요속에 들어가 눕습니다..
제법 계절에 어우러지는 음악을 볼륨 높여 틀어 놓습니다..
또.. 마음속에.. 점점이 박혀있는 어떤 것들이.. 풀어져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제 그만 웃어주어야 하지 않겠니..
제발 이 꽁한 마음씨야.. 그만 좀 환한 빛을 보여 줄 수 없겠니..
나는 그냥 또 웃었다, 찡그렸다 합니다..
새벽 1시였습니다..
당신은 잠이 들어 있었을까요...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밤이 지났구나.. 그리구 오늘이 되었구나..
무어든지.. 천천히 생각하구 싶은데..
가끔씩은 생각들이 저혼자서 멀리로 멀리로 뛰어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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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던 언니가 대전으로 시집을 가버리구..
나 혼자서 생활하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담한 내 집 내 작은 방안은 천국이었습니다..
종일 음악듣구.. 종일 침대바닥에서 뒹글뒹글..
밤늦게까지.. 책읽다가.. 아침마다 늦잠에 시달리고..
맘껏.. 게으름에 빠져있던 시절..
그 시절들은 절 키웠습니다..
외롭고 슬펐던 기억들을 뒤로하고..
때론 사막같은 메마름으로.. 때론 진흙탕에 날 빠뜨렸다가..
다시 건져올려.. 온화한 바람속을 거닐게두 했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그 시간들을 추억해보며..
혼자서 잘 견디었다구..
스스로 대견스러워하기도 하는 요즈음입니다..
http://www.chowoun.com <초원의 꿈>으로 오세요..
당신의 우울한 일상에 잔잔한 웃음을 나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