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9일동안 어미 눈앞으로 어른거리든 아들넘이
오늘 휴가를 마치고 귀대를 했다.
사는게 별 재미 없으면서도 세월가는줄 모르고
10일이 아들 귀대날이란건 알았지만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는줄 알았다.
엊저녁 밥 묵으면서 아들넘 왈
'어머니 저 내일 갑니다'
'또 어디를 가? 제발 집에 좀 붙어있거라'
매일 나갔다하면 기만원씩을 마치 맡겨놓은듯이
염치좋게 빌려달라는넘때문에 집에 좀 붙어 있으라고 했드니...
'아이구 어마마마. 그럼 가지 말까요?"
그때서야 달력을 봤드니 아이구 아부지~
10일이 바로 코앞에 와 있는겨...
갑자기 과잉친절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구 너 뭐먹고 싶냐? 뭐든 말해라'
'피자 시켜줘? 통닭시켜줘?'
'영화보러 갈까? 안본 프로 뭐있노?"
이게 어미 맘인가?
첫날올때는 연이은 휴가라 8박9일이 무지 긴거같고
지갑털어 돈줄때는 아이구 이넘아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막상 또 귀대를 한다니 그리 섭섭할수가 없었다.
필요한 소지품을 산다기에 아들넘과 같이 마트에 갔다.
샴프도 사고 말년 병장이라 오디오 듣는다고해서
시디도 사고...
근데 뭔말만 하믄 이넘 입에선 말년 병장소리가
자랑스레 꼭 나온다.
참나...
병장 아니고 말년 대장같았슴 우짤번했노 모르겠다.
화장품 코너서 로션을 산다며 골르길래
'얘. 군바리가 암거나 바르지 뭘 그리 골르냐?"
'아이구 어머니 군바리 얼굴은 얼굴도 아닙니까?"
지나가는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싱그시 웃고가고...
훈병시절. 일이병 시절엔 얼굴에 로션 바를틈이
어디 있었겠는가?
물가지고 세수라도 제때 하면 다행이라 했는데...
근데 지말마따나 말년 병장되니 샴프로 머리감고
얼굴에 로션을 바를 틈이 있나보다.
휴가 다녀오면 사람보다 들고온 소지품에 더 눈이 간다는 말땜시
젤 인기있다는 떡을 맞추어 줄려고 했드니
떡 가지고 가는 시절은 졸업을 했단다.
떡은 일이병 시절 잔정 많은 엄마들이 해주면
전방으로 머리에 이고 왔댄다.ㅎㅎㅎ
드뎌 오늘 10일
1시행 표를 예매해 놓았는데...
그동안 사복만 입다가 다려놓은 군복을 입을려든넘이
놀란듯 갑자기
'어머니 저 빅토리 팬티 우쨌습니까? 저가 군에서 입고온
국방색 팬티요"
첫날 입고와서 샤워할때 빨아놓고선 나도 본적이 없었다.
아들넘 빅토리 없으면 클난다길레 모자간에 때아닌
그넘의 빅토리 팬티 찾는다고 후닥닥 후닥닥.......
드뎌 스판 고무줄에 victory라 적혀있는 국방색 팬티를
서랍에서 찾아낸 아들넘.
그때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아이구 이넘아 어미말을 그리 겁내고 잘 들어봐라.)
아들넘왈
지들 부대에선 위생검사를 자주 한단다.
그러면서 도데체 팬티 검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궁시렁 궁시렁....
지 모르는걸 내가 우째 알겠나만 말만한 넘들
모아놓고 팬티 검사하는걸 생각해보니 웃음이 쿡쿡 난다.
요새도 그러는데가 있구나.
꼭 옛날 우리가 궁민학교시절 목에 때 있나 없나
선생님이 회초리 들고 검사하든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나오지 말라는 넘을 그냥 보내기 섭섭해서
버스 터미날까지 데려다 주며
'너 남은기간 잘해. 탈영할생각 하지말고. 알았지?"
'에이 어머니. 말년병장이 뭔 탈영을요. 소시적 생각이지요'
또 그넘의 말년병장 소리가 나온다.
어쨌기나 1시 버스를 타고 아들넘은 갔다.
덩치만 크고 철도 없는넘.
내가 보기엔 어린애 같기만 한데 지옥같은 훈련을
잘도 견디는거 보니 대견키도 하다.
어깨에 뭔 훈장표시 비스무리한걸 자랑스레 달며 하는말이
그 표시를 아는 사람은 안단다.
그럴때는 꼭 초등학교때 어쩌다가 받아온
진보상을 자랑스레 보일때의 모습하고 어찌나 똑같은지.
진보상이 달리 진보상인가?
하도 공부를 못하니 잘하라고 주는 상였는데
사흘 밤낮을 의기 양양해가면 자랑하든 모습이라니....
공부는 죽자고 안하고 오락실만 댕겨서
어미 속을 디집어 놓든넘.
다 1등하면 꼴찌는 누가 하냐든 넘.
모두 서울대학만 가면 다른대학은 어쩌냐며
주제넙은 걱정을 하든넘.
그리 어미 속을 태우든넘이 철이드니
재대로 공부를 하여 어미 자존심을 세워주고
건강한 몸으로 군대까지 갔으니....
전화가 왔다.
종착역인 강능이란다.
여기서 또 주문진까지 가서 또 얼마만큼 더 차를 타고 가야한단다.
이렇게 더운날
두터운 군복을 입고 고생하는넘이 안스럽지만
그 고생도 언젠가는 남자들이 젤 얘기하기 좋아하는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
그옛날 기저기차든 넘이 이만큼 자랐으니
아~ 나는 그동안 얼마나 늙었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