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0년도 전 얘기다
시고모부 님 이 진주에서 열리는 개천예술제에
구경가신다고 나선게 아침나절인데도
해가질때까지 돌아오시지를 않아
시고모님 은 분명 색시집에 있을거란 지레짐작으로
진주시로 입은옷에 허급지급 나섰는데
마침 진주시에는 친정인 우리 시댁이
살던집에서 바로 옆 빈터에
이층 신축건물을 지어 이사한지가 얼마되지 않아
고모부 님 찾다가 안되면
친정집 새집 구경도 하고
하룻밤 묵을 결심을 하고 집을 나서긴 했는데
막상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온통 축제 분위기에
홍등,청등,이 가로수에 꽂혀있고
서방님 찾는다고 색시집을 보이는데로
기웃거려봐도
백구두 는 보이지를 않는지라
남강에서 바늘 줍기다 싶어
친정집으로 가야겠다 맘 먹고
일단 택시를 세워 뒷자리에 타고는
"여싯골 가입시더" 이랬다나
갑자기 택시기사
뒤를 휙 돌아보더니 고모님 행색이
머리는 봉두난발이고 의복은 초라한데
가뜩이나 살집없는 앙상한 얼굴에
눈만 움푹 들어간 형상을 보고는
필경 미친여자다 싶고 귀신이다 싶었던지
택시기사 갑자기 부들 부들 손을 떨더니
"여싯골이 없는....디....요..." 하더라나
"아----없긴 왜 없단 말이오 내가 ?p번을 다녔는디-
고모님이 팩 소리를 지르자
"여싯골 --은 진주에--없심니더----"
고모님은 주차장에서 과히 멀지 않다는 것 을
기억해내고는
"그라모 내가 가자는대로 가입시다 마-"
이랬더니 갑자기 기사분이 똥마려운 강아지 모양
안절 부절 못하더니
"아주머이 가-압-짜-기-점심때 묵은것이-배탈이 났는지"
이러더니 차문을 벌컥 열고 달아나더란다
고모님 기가막혀 한동안
빈차에 혼자 앉았다가
바깥에 나와 가겟집 유리문에
자신의 행색을 살펴보니 차림이 가관이더라나
밭매던 차림으로 흙묻은 고무신에
몸뻬바지,허름한 샤쓰에 머리는 땀에젖어
숱적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고
오직 영감님 찾는답시고 홧김에 나선길이라
눈만 쾡 하고 욱 하는 성미에
차를 차를 탄 것이 실수였다
그러니 택시기사가 놀랄수 밖에
지친몸을 이끌고 차 잡기는 어렵겠다 싶어
어둠속을 더듬어 친정집에 터덜터덜 걸어가자니
눈물도 나오고,영감쟁이가 밉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죽고싶더란다
친정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자정무렵
오빠인 우리 시아버님이 현관을 열어주자
엉 엉 울면서
"오빠 여싯골을 와 택시기사들이 모린다 쿱니꺼 예?"
이러더라나
시아버님 기가막혀
"여싯골이라니?"
그제사 시고모님 한바탕 눈물바람을 하고는
여차,저차,했다니까
우리 시어머님,시할머님,시아버님까지 배를잡고 웃었다고 했다
우리 시댁은 진주시00동 안골마을인데
시고모님은 엉뚱하게도 여싯골이라고 했으니
시고모님 생각은 무슨무슨 골 이란것은 생각나는데
그무슨 골 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그만
여싯골이라 했단다
전설의 고향이 한창 그해 여름 인기프로라
그랬던지 아무튼
없는 동네 여싯골도 그렇고 행색도 그랬으니
기사분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지금도 우리 동서끼리 앉으면
여싯골의 전설 얘기로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