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44

우리 모두는 피해자이며 가해자인가?


BY pinksnow 2001-08-28

아침마다 앞산에 산책을 간다. 팔각정에 도착하여 신문을 읽고 있는데 어떤 모녀가 옆에 와 앉는다. 어머니는 소시적 한가닥 하셨겠고, 딸은 표정이 없고 잘생긴 얼굴이 아깝게 일구러졌다.
자기 죽기전에 엄마 한번 보러 온다고 딸이 미국서 왔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두 모녀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엄마 내가 미국가서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우울증에 걸려서 다 죽게 되었는데 그래도 엄마라는 말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요.
자기가 살던 집 옆이나 윗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이사를 간다는 것이다. 그래도 또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기한이 되기가 무섭게 또 이사를 하는데 좋은 동네, 더 좋은 동네를 찾아 다니기를 여러번 하다보니 이제는 돈도 없다는 것이다. 한번은 동창모임에 오라해서 갔는데 자기가 입고 간 옷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바람에 이제는 자기보고 모임에 오라고 하면, 나를 데리고 가려면 옷, 빽, 구두를 사주고 미장원에가서 머리를 곱게 단장해서 데리고 가면 가고 안그러면 안간다 했다는 것이다.
또 하루는 차를 타고 어디로 가고 있었는데 한참 가다 생각하니 자기가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겠기에 차를 세워놓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경찰이 와서 자기 남편이 목에 걸어 준 주소가 적힌 목걸이를 보고 자기 집에 데려다 줬다는 것이다.
자기가 그런 상태니까 아들이 자기 곁을 지키는 일이 많아졌고, 아들 친구도 못오게하고, 놀러나가지도 못하게하여, 집에서 책만 보는데 자기가 잘못 키워서 아들도 자기처럼 우울증환자가 ?楹遺箚?모처럼 여행 온 손자에게 "너 왜 안 나가 다니니?" "왜 그렇게 생겼니?"라는 말을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쯤 살다보니 돈이 많으면 뭐해? 돈이 많으면 누가 달라면 줘야하고 써야되, 줘야되, 사야되,하다보면 골만 아프고 병만 생기드라. 친구도 많으면 모임에 가게 되는 것이 힘들고, 그것두 골 아프더라. 누가 죽었다, 생일이다하면 쫓아 다녀야하고, 그렇게 바쁘게 살다보니 몸만 아프고 정신만 산란하고 아무 도움이 안되드라.
그러니 엄마도 옛날에 돈 떼인 것 다 잊어 버리고 그저 좋았던 생각 좋았던 사람, 일, 칭찬받던 일만 생각하고 살아야 엄마가 안아퍼. 죽는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사는 날까지 그저 좋은 생각만 하세요! 꼭 필요한 것만 머리에 두고 사세요!!!하더니 "바람이 차네요. 엄마 내려 갑시다." 하더니 누가 누구를 부축했는지 모를 어깨동무를 하고 기대어 가는 뒷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는 피해자이며, 가해자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