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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키와봤자...


BY 쵸코 2001-10-03

결혼하고 첨맞는 명절이다.
최소한 울엄마 욕은 안멕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군기 바짝 들어 그릇 나오믄 설겆이 하고
걸레들고 닦은데 또 닦고
어머님옆에 찰싹 붙어 음식하는거 구경했다.
추석당일날 다섯시에 나도 모르게 반짝 눈을 뜨니
(평소 여덟시에 아침드라마 보려고 눈뜸)
부엌에서 달그락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신랑이 깨어나 화장실 다녀오더니 깨어있는 나를 보고
"왜이리 빨리 일어났어? 더자.. 언능 더 자라"
"어머님 일어나셨어. 나가봐야지"
"괜찮아. 울엄마가 차례상 다 봐. 넌 그냥 자기나 해"
하면서 나를 꼬옥 끌어안는것이다..으흐흐흐
그래도 평소 효행이라면 눈을 씻고 봐도 찾을수 없는 나지만
연로하신 어머님 놔두고 떡대좋은 며느리가 자는것도 못할짓이라
어머님곁으로 다가갔다.
어머님 : "아가. 왜이리 일찍 일어났냐.가서 더 자라.
내가 상 다 차려놓으믄 그때나 일어나지."
울 좋으신 시어머님 말씀도 어쩜 저리 주옥같은지..성경이 따로없다.
며느리 : "아뇨. 어머님. 오빠가 화장실 다녀와서.."
(그 뒷말 : 제가 잠을 깼어요. 그래서 일어난거에요)
다녀와서 까지 말하고 쉼표 찍는 사이
어머님 : (만면에 흐뭇한 미소 띄우며) 너 깨우드냐?
며느리 : (비굴한 웃음 지으며) 네.
어머님께선 역시 내아들이 효자여~ 하는 표정을 지으시며 신이 나셔서
저 냉장고도 장가가기전 아들이 돈모아서 사준거네, 티브이도 사줬네,
수도를 고쳤네, 형광등은 다 갈아끼웠네 등등
효도행위 시리즈를 들려주며 아들 효자 만들기 캠페인을 펼치셨다.
연휴기간 내내 자기 아들이 나만 보면 쉬어라..누워라..낮잠 자라..
안마해준다..하면서 안스러워했던거(?) 아시면...을매나 배신감 느낄까나..
어머님..곱게 키운 아들 저 주셔서 고맙습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