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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BY 아수라 2001-10-03

괴기사이트의 급증과 악마주의의 경계
최근 인터넷에 괴기사이트가 1백여 개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괴기물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 텔레비전, 만화 등에서 괴기물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 시대를 맞아 괴기물이 인터넷으로 옮겨오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괴기사이트가 많은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고 필요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현대문명은 확실히 그 어느 때보다 물질과 육체에 대해 과중한 관심을 보이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정신과 영혼에 대한 높은 가치를 주던 과거와는 정반대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런 악마주의 계열의 문화는 기존 도덕에 대한 격렬한 반항과 함께 겉으로는 매우 파괴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이런 악마주의도 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에 속하는 것이고 인간은 주기적으로 이 본성을 다시 확인함으로써 삶의 바닥에서부터 다시 새로운 사조나 문명을 건설함으로써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절대적 도덕기준이나 광신적 믿음에 의해 일방적으로 괴기물은 규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악마주의가 그야말로 인간에게 새로운 문명적 질서와 예술적 사조를 선물한 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천사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이 인간성의 정체성을 초래하거나 타성적 도덕기준을 적용함으로서 오히려 인간사회에 족쇄를 채워 매우 권위적이고 '딱딱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악마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은 일견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도전과 창조와 반항을 통해 인간사회에 탄력을 주어 새롭고 '말랑말랑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19세기 말 서유럽에서 강하게 일어난 악마주의는 퇴폐적 색채가 강하고 추(醜), 악(惡), 병폐 등에서 아름다움을 찾음으로써 암흑, 황폐, 불건전, 변태 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면서 일종의 전율과 쾌감을 가져다주면서 폭발적으로 문화와 예술계를 풍미한 적이 있다. 이는 모든 통속적 도덕과 양식에 반항하고 끝까지 관능욕을 추구하기 때문에 강렬한 자극을 요구하고 흔히 인간성을 배반하는 데서 스릴과 쾌감을 느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악마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비단 19세기말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세기말이나 문명의 큰 전환기에는 으레 이런 악마주의 계열의 문화가 유행하여 왔다. 일종의 '세기말적 현상' '말세적 현상'인 셈이다. 그런데 19세기말이 유독 그 대표성을 갖는 이유는 그 정도가 19세기말에 가장 심각했던 데서 유래한다.

그런데 20세기말인 지금도 19세기말에 비해 덜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 시대는 섹스와 폭력이 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첨가한다면 바로 괴기인 것이다. 물질과 육체와 귀신 등 어두움으로 채색된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는 이래저래 어수선하기 만하다. 현재 괴기사이트를 보면 종류도 다양하다. 예컨대 인공으로 만든 시체 사진 갤러리, 껍질 없는 달팽이처럼 생긴 귀여운 귀신, 국제적인 귀신의 다양한 사진 전시, 유령과 관계된 사진 전시, 종합적인 귀신이야기, 귀신과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한 사진, 뱀파이어 사이트 등이다. 또 유머스런 귀신사이트도 있다. 귀곡산장, 호러월드, 블러드송 등이다. 한편 괴기조크 시리즈도 있다. 예컨대 목이 없는 이야기, 팔이 없는 이야기, 피가 없는 이야기, 눈이 없는 이야기, 무릎이 없는 이야기, 발이 없는 이야기도 있다. 이밖에도 괴기 꽁트 시리즈도 괴기소설 사이트도 있다.

이들 괴기사이트는 모두 1백여 개. 이들에 대한 접속빈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사이트를 보면 다음과 같다.

▲the HELLBOUND WEB(http://www.rexer.com/hell/index.html)= 공포에 관한 모든 자료들이 집결되어 있다. 공포백과사전, 공포음악, 괴물에 관한 사진과 사운드, 공포영화 등이 총 망라되어 있으며 공포, 괴기담에 관한 다른 사이트를 연결해주고 있다. 특히 이곳의 멀티미디어 코너는 괴물에 관한 오디오, 그림과 사진, 동영상 등을 다양하게 수록, 네티즌들을 공포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HALLOWEEN: THE HOMEPAGE OF MICHAEL MYERS(http://www.halloweenmovies.com)= 공포영화의 대명사인 「halloween」(성인의 날 축제전야제)시리즈에서 등장하는 마이클의 얼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제작진과의 인터뷰, 줄거리 요약, 팬포럼, 대화방 등이 마련되어 있고 6편의 공포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LOSMAN「S LAIR OF HORROR(http://www.losman.com)= 공포영화의 집합소라고 할수 있는 이 사이트는 다양한 일류 공포영화들을 소개하고 논평을 싣고 있다. 정말불안한 영화, 정말 매우 불안한 영화, 정말심각한 영화 등급별로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HORROR CHANNEL(http://www.mca.com)= MCA그룹 유니버설영화사에서 제작한 공포영화들을 소개하는 곳. 40년대 공포영화들을 만날 수 있으며 매달 새로운 무서운 이야기들이 게재된다. 사이트전체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보는 순간 더위가 싹 가실 것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 콘테스트, 퀴즈섹션이 마련되어 있어 흥미를 돋운다.

▲HOLLYWOOD ONLINE-HORROR GUIDE(http://hollywood.com)= 헐리우드영화를 소개하는 사이트에서 호러가이드를 선택하면 최신 공포영화는 물론 현재 제작중인 영화들을 미리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서 공포, 미스터리 등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들은 괴기담이나 불가사의한 소재들을 게시판 등에 소개하고 있다. 이런 동호회 게시판에는 한국귀신이나 여고괴담 식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편 제 5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 6일-14일)에서도 이같은 악마주의 선풍을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지앙 웬 감독의 '귀신이 온다'가 상영될 예정이다. 아무튼 세기말 적 분위기와 대세를 어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괴기사이트에 너무 빠지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의식이 덜 형성된 청소년들에게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염려된다. 인간의 무의식에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지상에 올라오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것은 언제나 일상생활과는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일종의 간접적으로 욕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즐겨야 하는 것이지 결코 의식세계를 그들에게 점령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잠시동안의 재미나 스릴을 맛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예 이곳에 빠지는 청소년들은 없도록 각 가정에서 선도하여야 하겠다. 성인사이트와 마찬가지로 괴기사이트도 청소년들은 둔 가정에서는 특히 경계하여야 할 대상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