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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 마누라의 아우성


BY 나의복숭 2001-10-25

난 현모양처가 아니다보니 
심심하면 남편하고 쌈을 잘하고 그 쌈얘길 
아주 공개적으로 내숭안떨고 잘 하는데... 
내가 한달에 한번씩 갖는 모임에 남편 자랑을 
아주 잘하는 팔자편한 사모님이 한사람있다. 
사실 지 잘나서 자랑하는건 조금 듣기사 
배알 틀리지만 그런데로 들어줄만하다. 
근데 남편 자랑하는건 들으보면 진짜 욕나올때 많다. 
(이게 뭔 심술? ㅎㅎㅎ) 

어저께 모임에서였다. 
언제나 머리를 자옥이처럼 엎스타일로 틀어올린 
이쁜사모님이 밥 묵으면서 하는말. 
'우리 그이는 말이지 내가 지옥이라도 가라면 가. 
어찌나 날 아껴주는지...어디 하나 내버릴께 없는 사람이야' 

으웩~ 
내가 하마트면 먹든밥 다 올릴뻔했다. 
지옥 가라면 간다고? 
하이구 함 가보라지. 진짜로 가는지... 
뭐 아껴줘? 안보니 내가 알게 뭐꼬. 
어디 하나 버릴께 없다고? 돈잘 버리줄땐 다 글칸다. 히히. 

그쯤서 그치면 내가 말을 안하지. 
닭살돋는 소린 혼자 다 하는거다. 
다른 사람은 웃는체 하면서 듣기만하고... 
뺑덕엄마 심보인 내가 그럴때 가만있으면 
뭔가 잘못된기지..흐흐 
'아이구 그래요? 좋겠다. 우린 천당가래도 지옥갈낀데... 
부부 금술이 아주 좋네요?" 
'그럼요. 우린 여태 부부 쌈이란걸 모르고 살았어요' 

그래. 니 잘났다. 
부부쌈 안해봐서 좋겠다. 
심심하믄 부부 쌈하는 내는 저런 소리 들으면 머리 꼭지까지 
열이 확 받친다. 
도대체 한집에 살면서 쌈 안하는 사람은 
어디가서 도를 딱고 왔길레 
쌈을 안한단 말이고? 

다시 그녀의 얘기. 
'우리 그인 연대 나왔거든요. 
학교다닐때도 장학금으로 공부했어요. 머리 좋아 인물좋아 
와이프 금덩어리같이 애껴줘 정말 나무랄때 없는 남자예요" 

뭐시라? 
니남편 연대 나왔슴 내 남편은 서울대 나왔다. 
인물? 
내가 울남편 인물보고 잡아묵었다 우짤래? 
요기까진 신나게 반박이 되는데... 
(서울대 나왔다한들 졸업장보자 소리 안할꺼고 인물좋다한들 
실물 보자 소리 안할끼니까...ㅎㅎㅎ) 
마누라 금덩어리같이 애껴준다 소리엔 입이 쑥 들어갈판... 
울남편은 날 금덩어린 커녕 고철덩어리로 생각하니까. 흑흑. 

밥 다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도 그녀의 남편 자랑은 끝이 없다. 
자랑하는거 듣고 있자니 약빨만 오르고...속상한다. 
이게 내 컴플렉스인 모양이다. ㅎㅎㅎ 
'애구 난 이쪽에서 남편캉 쌈하는 얘기나 해야지..." 
그래서 이쪽 테이블에서 죄없는 울남편 성토를 신나게 했다 
애구 불쌍한 사람. 
마누라 잘못 만나서 천날 만날 도마위에 얹치고..ㅎㅎㅎ 
근데 좀있으니 전부 내 얘기 듣느라고 이쪽 테이블로 
슬금슬금 가까이 오구먼. 
'어쩜 우리하고 꼭 같아요' 
손벽까지 치고 동조도 하면서.... 
이게 바로 라이브여. 히히. 

저녁에 남편하고 밥묵으면서 글?다. 
'오늘 귀 간지럽재?" 
'왜?" 
'닭살부부가 있어서 약빨올라 천날만날 쌈하는 
우리 얘길 했지' 
'니는 그게 문제야' 

결국 존 소리는 하나도 못듣고 
피도 안되고 살도 안되는 무허가 염불소리만 딥따 들었다. 
할말없슴 입다물고 가만히 있슴 본전치기라도 할낀데 
괜히 안해도 될말 꺼집어내서리.... 
사실은 내한테 문제가 있는줄 나도 안다. 
다른 부부 금슬좋다면 본받을 생각은 안하고 
약빨만 올라서 우짜든동 '쫌만 있어봐라' 심뽀니... 

아이구 아부지. 
이도희 언제 철 들까요? 
네? 죽는 그날이 철드는날이라고요? 
흐미...알았심다. 결국 난 죽을때까지 철이 안든다는 
소리구먼요.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