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경상도. 시골에서 자랐지요.
엄마는 11명이나 되는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셨어요.
할머니가 담으신 누런 된장을 쌀뜨물에 잘 개서 연탄불에 올려놓으면
보글보글 끓는 소리에 군침이 다 넘어갔지요.
호박도 숭덩숭덩 썰어넣고요, 제 손보다 더 큰 감자도 썰어넣고 고소한 두부도 뚝뚝 떼서 넣구요, 마지막에는 매콤한 고추도 몇 개 숭숭 썰어넣어 찐 호박잎이랑 가지무침이랑 김치랑 해서 상을 내오지요.
얼마나 맛있는지. 간혹 운이 좋으면 빨갛게 조린 갈치조림도 먹고(그 당시엔 제일 흔한게 갈치였답니다.) 삼촌이 잡아온 붕어찜도 먹었죠.
장마가 시작되면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을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받아서 그 물로 빨래도 했답니다. 빨래하다가 점심때가 되면 식은 밥이랑 식은 된장찌게, 쌈장이랑 풋고추, 상추로 상을 차려내시지요.
커다란 양푼(지금은 믹싱볼이라고 해야하나?) 에 식은 밥이랑 된장찌게랑 열무김치, 상추 ,고추장 넣고 참기름 넣고 슥슥 비비면 어린 나이에도 눈물 흘려가며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 돼지고기 국이라고 아시나요.
찌게는 알지만 국은 잘 모르실겁니다.
고기라고 해봤자 할머니, 아버지 생신이나 제사때 아니면 못 먹던 때였지요. 소고기는 꿈도 못 꾸고요.
커다란 가마솥에 돼지고기를 썰어 볶다가 물을 붓고 팔팔 끓이다가 양파랑 파 듬뿍 넣고 고춧가루, 마늘 많이 넣고 끓이면 진짜 맛있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집 찬장에는 돼지고기 기름이 그릇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삼겹살 구운뒤 식으면 생기는 그 하얀 기름있쟎아요. 그런거였는데 밥먹을때 그거 한 숟가락 넣고 간장조금 넣고 비벼먹으면 진짜 맛있었어요.
속이 느글거리신다구요?
어렵던 옛 시절, 고기 먹기가 진짜 어렵던 시절, 허옇게 버짐이 핀 아이들 지방충족엔 그것만큼 좋은게 없었죠.
집에 잔치라도 있으면 돼지고기 석쇠구이를 해먹었답니다.
돼지고기에 갖은 양념하고 고추장넣고 양파랑 파 듬뿍 넣고 주물주물 주물러서 석쇠에 얹어서 연탄불이랑 장작불에 구워먹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고기집에 가서 제일로 좋은 고기를 먹어도 이제는 그 맛이 나질 않더군요. 제가 먹어본 고기중에서 그 때처럼 맛있는 고기는 먹어보질 못했습니다.
엄마랑 목욕가는 날이면 진짜 신났습니다.
흰 우유랑 쵸코우유를 얻어먹을 수 있었거든요.
왜 옛날에 서울우유가 병으로 나왔었잖아요.
병위에 씌워진 비닐을 벗기고 종이로 된 마개를 따고 따끈하게 데워진
우유를 마실때의 그 고소함이라니. 그런데 왜 이제는 병우유가 안나오는거죠. 진짜 먹고싶은데.
먹을거리가 천지인 세상입니다. 돈이 없어서 못먹을 세상도 아니구요.
그래도 옛날에 먹었던 음식이 천배 만배 맛있는건 왜일까요.
그 옛날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먹고싶습니다.
이 밤, 다이어트로 저녁도 굶었는데 너무 먹고싶어 글이나마 한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