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91

아이들은 본것만 얘기한다.


BY ggoltong 2001-11-06

내 아이들 눈은 진짜로 동그랗다.
우선은 내 눈도 크고 내 남편눈도 커서 그런지
애들 셋 죄다 눈들이 크고 시원하게 생겼다.

이 눈으로 아이들은 참 많은것을 관찰한다.
그리고 관찰한것은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하고
신나게 떠벌리는게 이 아이들 특기다.

가장 말을 잘하는 다섯살 큰아이.
제법 말을 하는 세살 둘째아이.
오직 뿌웅~방귀뀌는 시늉만 잘 전달하는
두살바기 막내아이.

은행일을 봤었다.
매월 이십일만 되면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는 날이기에
이른 아침부터 동강동강 바쁘게 일을 하고
애들 데리고 가까운 은행엘 간다.

그날따라 뭐하러 오릴리스타일인지 월남스타일인지
그 치마를 입었을까..
내 앞에서 무통장인출하는 아저씨를 보고
공연히 관심을 끌고 싶었던지
울 큰딸녀석이 배배 치마를 손가락과 입을 이용해
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허연 허벅지 조명빛을 받게했다.
어찌나 챙피하던지.. 허나 교양있고 지엄한 어조로
'이러면 엄마가 불편해,하지마~!"이랬더만
나의 지엄한 어조가 재밌었던지 또다시 치마를 배배꼬며
올릴려고 했다.
그 순간 내 딸아이만 아니라면 양볼을 늘려주고 싶었다.
후다닥 이 아이를 데리고 나와
사람들 많은데 왜그러냐고 했더니
엄마도 집에서 그러잖아~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나역시 집에서 괜스리 손가락이 심심하면
치마를 배배꼬아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대는
맴생이 기질이 다분하다.

짖궂은 아빠가 시어른들 모인자리에서
내게 강펀치를 날리는 날은
아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는 날이다.
늘상 시원시원하게 가스를 배출하는 나.
내 아이들 역시 나를 닮아 가스배출하나는
부끄럼없이 잘도 해댄다.
허나 시댁식구들 앞에서는 늘 아침 이슬로 보이고픈
막내며느리.
이 모든 간판급 며느리를 깨부순것 역시
아이들 몫이다.
아빠가 묻는다.
"우리집에서 누가 가장 방귀잘뀌지?"
그러자 셋다 나를 가르켰다.
하나도 아니고 셋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가르켰다.
그러자 내가 콧소리 쬐금 섞어서
"엄마가 언제~ ㅎㅎ 쟤들이 요즘 부쩍 장난을 잘해요~홍홍"
차라리 말을 하지 말것을...말하고서는 망신을 말로 받는다.
"엄마는 맨날 뿡뿡 이렇게 방귀꾸자너~"
나는 할말을 잃고는 남편한번 째려보고
괜스리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은 가스렌지로 후다닥
종종 걸음으로 가서는 수세미 잡고 깨끗한 가스렌지를
닦는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