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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아저씨,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어제 2001-11-07

아저씨, 안녕하세요?
이렇게 편지를 쓴다는게 조금 낯설군요...
어제 엄마랑 통화하다가, 아저씨께서 돌아가셨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슬퍼서 눈물이 나왔어요.
아저씨가 저, 중학교 들어갈때 가죽으로 가방만들어 주던
생각도 나고, 그때 여름에 저 시집가기전에, 엄마랑 아저씨랑
저랑 일하던것도 생각나요... 아저씨가 맛있는 회도 사주고
아르바이트 비용 치고 많은 돈도 주시고...
지금 생각하니... 다 고마웠던 일들만 생각나네요.
저희집 이사가는 날도 이삿짐도 날라주시고,
엄마 병원에 있을때도 와주시고,
베란다 썬텐지도 아저씨가 해주셨지요?
너무 고마운 일들 투성이네요.
아저씨 처음 보던 겨울이 생각나네요.
얇은 청마이를 처음 봤었는데,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찬바람이 불면 아저씨는 그 청마이만 입어서 몹시 불쌍해 보였어요.
엄마가, 돈벌어 뭐하냐고, 따뜻한 옷좀 사입으라고 야단 치던
것도 생각나요...
아저씨가 술힘으로, 그 힘든 공장일하던 것도 생각나요.
누구의 잘못일까요?
아저씨가 술힘으로 그 힘든 공장일을 하게 된 것은.....
너무 속상해요.
아저씨가 너무 불쌍해서요.... 그냥 다 그런것 같아요.
죽고 나면 다 불쌍하잖아요. 이 좋은 세상 이렇게 저렇게 살아보지
도 못하고 죽었다고들 하지요....
아저씨, 장가도 못가보고, 아내도 없고, 아이도 없고,
너무 쓸쓸하게 돌아가신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주위에 좋은 친구들은 많았을꺼예요.
아저씨, 남들한테 얻어 먹는것 보다 늘 사주는 분위기 였잔하요.
저도 이렇게 아린데, 엄마는 오죽할까 싶어요.
아저씨가 추석에도 와서 엄마에게 십만원 드렸다고...
누가 그렇게 잘하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엄마가 담가준 김치.. 다 드셨는지 모르겠다고요...
엄마의 정성은 드셨을꺼라고 믿어요...
그리고,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밥 사주셨다고,
엄마가 그때 따뜻한 밥한끼 해주지 못했다고
미안해 하셨어요...
그렇게 돌아가실줄 알았다면 엄마도 따뜻한 밥 해주셨을꺼예요.
사는게 다 그렇지요...
다음에 그럴줄 알고 그렇게 평범하게 해어지고, 메몰지게 말하고
그렇게 하겠어요?
엄마랑 저, 아저씨께 좋은 기억만 있고, 감사하는 마음만 있어요.
좋은 분으로 계속 기억할꺼구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구요...
다음 생에는 그렇게 술 많이 드시지 마시구요...
건강하게 아주 멋진 인생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믿고 싶네요.

삶과 죽음의 차이가 무얼까요?
죽음은 굳고, 차갑고, 멈추어버린 것.... 모든게 정지 되는것...
그럼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산다는건, 움직이고, 따뜻한 심장이 뛰고, 그래서 안고,
모든게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거겠지요?

그렇군요.
저는 계속 움직일것이고, 가끔은 누군가를 미워하겠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아줄것이고,
이게 끝일것 같지만, 계속 무언가의 시작으로 살아가겠지요.

이틀전만 해도, 아저씨는 그 쌀쌀한 11월의 바람과 그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보셨겠지요? 너무나 청명한 날이라, 그래도 위안이 되요.

많이 고통스러우셨나요?
그렇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이제 모든 고통은 끝났으니,
편히 쉬쉬구요... 정말 다음생에는 건강하게, 멋진 그런
인생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제 결혼식에도 와주셨고, 너무나 고마웠던 일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기억만 간직합니다.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