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볼일 없는 여자가 별볼일 있으려고
어줍잖은 책을 내었다.
이름하여 '악처부부 일기'
내가 사실 국문과를 나왔거나 등단작가처럼
글을 좀 우아하고 멋있게 잘 쓴다면 당연히 폼재면서
식순따라 한복입고하는 그렇고 그런 출판기념회를 가질껀데...
난 전혀 아니었다.
걍 내가 좋아서 쓰는 막글였고 누군가 내 글 스타일을
물으면 시장바닥 리어커에 파는 골라골라 상품이나
마찬가지라고 스스로 자랑스레 얘길했기에...
(근데 것도 자랑이되남? ㅎㅎㅎ)
걍 평상복입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첫날밤에 나오는 마리오란자의 축배의 노래나 신나게
부를려고 했다.
(사실은 입고갈 한복도 없지롱)
행사장을 물색하는데...
장소가 크면 사람들이 얼마 오지않을경우
너무 설렁해서 시샛말로 좀 쪽팔릴거 같았고...
그래서 좁은 장소면 사람들이 적게와도
많은거처럼 보일수 있을꺼란 얄팍한 계산에
40평 정도되는 커피숍겸 레스토랑을 계약했다.
책.
출판사 사장은 20일에 틀림없이 나온다고 했다.
약속만큼은 죽어로 가다가도 지키고 가는 여자라
으례껏 그쪽도 그렇게 약속이람 칼 같을꺼라 믿었다.
그래서 출판날을 24일로 잡았다.
잘가는 인터넷 사이트에 일단 공고를 하고
협찬 받으로 댕겼다.
오시는분들께 빈손으로 보내기엔 뭔가 허전했고
그래서 잘아는 분들께 얘길 했는데
다들 흔쾌히 들어주셨다.
그분들 틀림없이 복 받을꺼고 천당은 예약표일꺼야.ㅎㅎㅎ
행사일 며칠전부터 잠이 안왔다.
거사를 앞둔 기분이 이런걸까?
사실 내가 돈이 많아서 자비로 책을 낸다면
아무 신경쓸일이 없다.
그런데 내가 돈이 어딧노.
남편 부도나서 빈털털이라 말그대로 겨우 밥묵고
물먹는 수준인데...
아는 시인님이 소개를 해서 출판사가 내어주는거다.
그러니 20일에 나온다는 책이 23일에 나온다해도
감히 뭐라 소릴 못하고 속만 태웠다.
속으로는 약속도 안지키는 인간들...욕을 무지 했지만
양심껏 겉으로는 암말 안했다.
안했는기 아니고 못했는거지만...
20일에 나온단 책이 23일 그러고도
24일 아침에 갖다준단다.
행사가 11시니 아침에 갖다준다면 참을수 밖에...
속이 타고 가슴에 불이 났지만 어쩌랴.
약자 입장인데....
11시부터 시작된 행사라 아침일찍 미장원가서
거금 8000원을 주고 머리에 돈 발랐다.
호박 줄그어봐야 수박이 안되고 그나물에
그밥이구만....괜히 아까운 돈만 버렸지 뭐.
프레카드는 건물에 붙였는데 허락을 맡았슴에도
불구하고 구청에서 떼어가버렸다.
한개 7만원짜린데 10분도 못 버티고...흑흑
피같은 돈이 뼈아프게 날라갔다.
그려. 내 프레카드 떼간 인간들아 잘묵고 잘 살아라.
(근데 사실은 요것도 협찬이당.ㅎㅎㅎ)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었다.
정장한다고 오랫만에 신은 빼딱구두라 발이 아팠지만
내색할수가 있남.
왠 손님은 쉬엄쉬엄 안오시고 이렇게 한꺼번에
오시는지....(속으로는 무지 기분 쨩였다)
전부 통신에서 알았는분들인데 내재산목록 1호다.
나의 팬클럽 회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손님들 서빙을했는데
자리가 비좁아서 만만한 회원들을 전부 이웃의 노래방으로
쫓아보냈다.
너무나 많은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책이 안왔다.
1시가 되어도 안왔고 독촉을 하니 3시에 온단다.
안절부절하든 몸이 그때부터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지.
그래도 다들 즐겁게 얘기하시면서 일찍 가신분들은
직접 보내달라고 주소를 적고 가셨다.
인제 출판사에 욕이 나왔다.
게다가 불렉맥주 5박스가 협찬이 들어왔는데
마담이 자기네들 호프를 팔기위해 못 돌리게 하는거라...
매상을 그렇게 올리는데도 계약할땐 온갖거 다 들어줄거같든
천사같은 인상이 완전 도깨비 인상으로 변하니....
책은 정확하게 7시에 왔다.
그때부터 오는 손님은 싸인을 받아서 가지고 가셨지만
그전의 손님은 전부 우편으로 보내드려야 할형편.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은 이럴때 써먹는거 같다.
어쨌기나 출판회 모임은 시종일관 웃고 담소하며
돗때기 시장처럼 시끌시끌 즐겁게 끝이났다.
10시에 문닫는다고해서 10시까지 개겼지. ㅎㅎㅎ
나를 찾아준 모든분들께 감사하고 싶다.
근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건
내가 아컴의 골수 회원이고 아지트 쨩이라
당연하게 아컴서 누구 한분이 축하해주러 와주실줄 알았다.
아님 꽃한송이나 축전 한장이라도...
내가 그동안 얼마나 아컴을 사랑했든가?
방송에 나가도 아컴을 들먹였고...
근데 전혀 무관심하니 사람심리란게 묘해서
좀 섭섭함을 지나 배신감마저 들었다.
사실은 울 아지트회원들 보기 챙피했다.
아컴에서 뭔 행사가 있었다면 내가 어떻했을까?
당연히 그냥있진 않했을꺼다.
다음에 아컴회원 누군가가 이런 행사를 갖는다면
운영진이 조금 신경을 써주셨슴 한다.
아컴을 선전하는 계기도 되니까....
그런거 필요없다면 유구무언이지만.
책은 이곳 저곳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재밋다면서
격려전화가 온다.
천만다행이다.
제발 돈벼락이나 맞아서 춥고 배고픈 신세나 면하면 좋으련만...
근데 왜 난 춥고 배고프다면 웃는지 모르겠다.
내자신부터 맨날 웃다가 보니까 내가 아마 배고파 죽어도
배 터져죽었다고 할꺼다.
없는사람은 웃지를 말고 좀 불쌍한 표정을 지어야하는데
난 그게 안되니...
거울 쳐다보면 이 얼굴 안웃으면 봐주도 못한다.
웃어도 드라큐라 같은데 안웃는다면 뻔한거 아닌가.
애구 오늘부터는 당분간 웃지말고 책 안팔리믄 어쩌나
고민해야지....ㅎㅎㅎ
사랑하는 님들!
참석 안하신님들도 저 축하해주실꺼죠?
늘 건강하고 우리 웃으며 오래 오래 삽시다.
안녕히
나의복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