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근교에 타이슨스 코너라는 쇼핑 몰이 있다.
이 쇼핑 몰에 간 아줌마는 물건을 사는 일이 피곤한 일이 아니고 즐거운 일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대개의 쇼핑 몰이 그렇 듯 타이슨스 코너도 몇개의 백화점과 그 백화점을 연결하는 통로가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었다.
통로 양 쪽에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온갖 유명 상표 제품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었다.
윗층 통로에서 아랫층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통로 가운데가 뚫려 있었다.
가운데가 뚫린 이층 통로엔 군데군데 다리같은 것이 서로를 연결하고 있어서 가운데가 뚫려 있어도 양 쪽의 가게를 왕래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었다.
아줌마 마음에 특히 든 것은 아랫 층 통로 가운데 위치한 것들이었다.
연못, 실내정원, 벤치, 두 아름이 넘는 화분들...,
연못의 한 쪽에선 분수가 물을 뿜어 올리고,
바닥에는 사람들이 던져 넣은 동전들이 금빛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이 곳 사람들은 연못 속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였다.
아줌마는 그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도 동전을 연못 속에 던지며 즐거워 하였다.
실내정원에는 철 따라 피는 꽃과 열대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열대 식물들은 싱그러움을, 꽃들은 화사함을 쇼핑 몰에 더하면서...
가게들을 둘러보다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통로 가운데는 벤치들이 놓여 있었다.
그 옆엔 두 아름은 되어보이는 화분에 벤자민이 자라고 있었다.
화분마다 세 그루를 함께 심어 줄기는 땋은 머리처럼 꼬여 있었다.
키는 사람 키의 두배는 넉넉히 되어 보였고, 제법 그늘을 만들어 그 밑의 벤치에 앉으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벤자민 화분에는 스킨답서스도 함께 자라고 있어서 싱그러움을 더했다.
아줌마는 마치 소풍이라도 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곳은 각종행사가 벌어지기도 하는 곳이었다.
소규모 연주회나, 꽃꽃이 대회, 산타와 사진찍기 등등...
백화점과 백화점을 연결하는 통로를 다니며 소풍간 것 같은 기분도 좋았지만 백화점 안도 아줌마는 좋아하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점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서 사고 싶어도 점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만큼 점원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러니 하루종일 구경을 하여도 누구하나 무엇을 찾느냐고 귀찮게 구는 사람이 없었다.
커다란 거울이 달린 드레싱 룸도 좋았다.
휘딩 룸(fitting room)이라고도 하는 이곳은 백화점마다 여러군데 있었는데 커다란 거울이 달린 칸막이 공간이 여러개가 모여 있었다.
매장에 진열된 옷 중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여러 개 한꺼번에 들고 가서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곳에 그냥 걸어두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한국 백화점에서 구경 좀 하고 싶어도 무엇을 찾느냐는 점원들의 과잉 친절에 구경도 제대로 못하던 아줌마는 미국의 백화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타이슨스 코너에 마음을 빼앗긴 아줌마, 하루는 이웃에 사는 한국 아줌마랑 둘이서 날 잡아 구경을 갔다.
하루종일 실컨 구경을 하려고 마음 단단히 먹고 갔다.
둘이서 먼저 위 아랫 층 통로에 위치한 가게들 부터 눈 요기를 하였다.
통로에 위치한 가게들이라고 다 조그만 것들은 아니다.
한바퀴 둘러 보는 데 몇 십 분씩 걸리는 가게들도 제법 많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에 빠져 있던 아줌마들,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가까운 백화점에 가면 있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생각을 하고 백화점으로 들어간 두 아줌마,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기웃거렸다.
일 이 삼층을 다 뒤져도 찾지 못한 두 아줌마는 난처해졌다.
두 아줌마 모두 영어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화장실은 찾을 수가 없고 점점 다급해진 두 아줌마 드디어 용기를 냈다.
가까이에 있는 점원을 찾아간 두 아줌마는 화장실이 어디인가를 물었다.
아무리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묻는 것은 쉬웠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학부를 졸업했는데...
영어공부하면서 카세트 테잎 한 번 못 들어보긴 했어도...
그 점원은 친절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키기 까지 하며 알려 주었다.
귀를 곤두세우고 듣던 두 아줌마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웃으며 고맙다고 하였다.
그 점원이 가르킨 방향을 향해 걷던 두 아줌마 통로가 끝나는 곳에서 멈칫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 아줌마가 자신없이 말했다.
"왼쪽이라고 한 것 같은데..."
둘이는 왼쪽으로 돌았다.
왼쪽 끝에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아줌마가 역시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랫층이라고 한 것 같아..."
그래서 둘이는 아랫층으로 갔다.
그러는 사이 아줌마들은 점점 더 볼 일이 급해지고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망신스럽게 외국 사람들 앞에서 다리를 배배 꼴 수도 없고...
아래층에 가서도 두 아줌마는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점원에게 다가가서 다시 한 번 물었다.
역시 친절하게 웃으며 가르쳐 주는 점원에게 두 아줌마는 처음 처럼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알아듣는 척 여유있게 체면을 차릴만큼 느긋한 형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줌마들은 울쌍을 지으며 말했다.
영어가 짧아서 잘 알아들을 수가 없노라고...
역시 듣는 것 보다 말하는 것이 쉬웠다.
눈치를 챈 점원이 씩 웃었다.
그리고 앞장서며 손짓했다.
따라오라고...
점원을 따라가며 아줌마는 생각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망신이람... 잘 난 아줌마가 화장실도 혼자서 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 뒤를 쫄랑거리며 따라가야 하다니...'
화장실에 다녀와서도 아줌마는 기분이 좀체 개운하지가 않았다.
이런 망신스런 일이 자신에게 숱하게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