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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초기? 말기?


BY 정신없는 아줌마 2001-11-28

왜 이렇게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걸까요?
애 둘낳고 나면 다들 저처럼 이렇게 되나요?
맨날 정신놓고 산다고 울 남편한테 하루에 한소리씩 듣고 산답니다.
처음엔 그 소리가 존심도 상하고 기분 안좋았는데 요즘엔 하도 듣고 살아서 별 느낌도 못느끼고 산답니다.ㅎㅎ

서두가 길었네요.
그러니까 어제 아침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 부지런히 챙겨서 학교보내고 신랑 챙겨서 회사 보내고 나니 8시더군요.

설겆이 하고 청소기 돌려놓고 나니까 어제 저녁에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든것이 영 몸이 개운치가 않길래 걸레질은 미뤄놓고 다시 침대로 올랐습니다.
눕자마자 잠이 스르르.
깜빡 잠이 들었나봐요. 얼마나 잤나. 잠결에 뻐꾸기 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어요. 순간 습관적으로 침대옆에 있는 탁상시계로 눈이 갔습니다.
9시.
아뿔사, 내가 늦잠을 잤구나.
얼매나 놀랬는지 평소 빠르지 않은 몸놀림이 나자신도 놀랄정도로 침대에서 용수철 튀듯 튕겨서 거실로 향했습니다.
먼저 화장실부터 달렸죠.
"자기야. 벌써 9시야. 어떻게 늦잠 잤나봐. 빨리 나와"
다급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은 조용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문을 확 열어보니 화장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을 생각할것도 없이 다음은 애들이었습니다.
애들방으로 내달렸죠.
"애들아 빨리 일어나, 9시야 지각했어."
근데 애들 침대는 말끔히 정돈된 상태였어요.

짧은 순간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래. 맞아 남편이 내가 늦잠 자니까 그냥 애들 깨워서 학교 보냈나보다. 우짜까 오늘저녁 나는 죽었다."
잠이 확 달아나 버린 담에 힘없이 쇼파에 멍하니 앉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치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껏 내가 아무리 정신없이 살았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직 40도 안된 나이에 벌써 치매가 생겼으면 우짜나.
혼자 넋두리 하면서 앉아 있으려니 내자신이 불쌍해지더군요.

그러다가 집안이 너무 정리가 잘되있는걸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어제저녁 이렇게 말끔히 정리해놓고 잠자리에 든것같지는 않은데 이상하다?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는 순간 전 혼자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웃었으니 망정이지 옆에 누가 있었으면 정말로 치매걸린 아줌마로 봤을거예요.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고 큰소리로 얘길하고 다녔으니, 참 저자신도 한심합니다.
그날저녁 전 신랑에게 또한소리 들었습니다.

"우리 병원한번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