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리신 시어머니>
우리 시어머니는 무학이셔서 당신 이름 석자도 보고 그린다.
시집 와서 얼마간은 그 사실을 몰랐다.
샴푸를 사러 가신 분이 린스를 들고 오시질 않나
고지서 하나 찾기 위해 다세대 사는 우편함의 우편물을 통째로 들고 와
눈이 침침해서 안 보이니 나보고 찾아보라고도 하셨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었다.
아이를 낳고 3살 무렵에 직장을 다니게 되어 아이를 시어머니가 돌봐주시게 되었는데
어느날, 퇴근 후 집에 와보니 책장의 동화책이 다 장롱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나는 그 이유를 여쭤봤고 어머니는 책장 정리하느라고 그랬다고 하셨다.
그래도 정리하는데 장롱위에 까지? 흐미, 기운도 좋으셔~
아뭏든 다시 제자리로 옮겨 놓고 잤다.
그런데 또 그 다음날 퇴근 후 집에 들어가니 또 그 동화 책들이
어제처럼 장롱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왠 재방송이래요??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불현듯 나는 우리 어머니가 치매라도 오신 건가 싶어서 조심히 물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자꾸 책을 옮겨 놓는 버릇이라도 생기신 걸까 하고....
"아니 자꾸 책을 읽어 달라고 귀찮게해서 올려놨지 뭐...내가 글을 알아야 읽어주지..."
그제서야 그동안 살면서 이상스런 행동을 하신 이유가 한꺼번에 풀린 것이다.
아이가 책 읽어 달라고 하는게 두려워 아예 아이 눈에 안 띄게 올려 놓은 것이란다....
맘이 아팠다.
그간 며느리에게 말도 못하고.. 숨기려는 건 아니었겟지만 왜 말씀을 안하셨을까..
혹시나 그간 내가 실수라도 한건 없을까 회상해 보며 어머니를 이해했다....
그 후 아이와 같이 한글 공부를 시작하신 어머니.
경쟁이라도 하듯 둘이 똑같이 나에게 처음 편지를 써서 보여줬을 때는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여전히 그리시지만 읽는 건 완벽해지신 어머니..
이젠 아이와 함께 영어에까지 도전하신다..
정말 우리 어머니가 자랑스럽다.
<나를 웃기신 시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일부러가 아니고 당신도 모르게 남을 웃기시는 재주가 있으시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고 병원에 누워있는데 집에 다녀오신 어머니 하시는 말씀,
"에휴~ 집에가서 빨랫거리 다 모아서 냉장고에 넣고 왔다~"
"오늘 저녁에 비온다고 텔레비젼에서 전화 왔었어~"
"예전에 나, 드라마 '겁없는 사랑' 참 재미있게 봤는데~"
어무이~~~~~~ 그거 '두려움 없는 사랑'이예요....ㅠ.ㅠ
웃다가 배 꼬맨거 다 터져서 다시 꼬맬 뻔 했다니까요..
어머니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