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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외출


BY 아름다운 길 2001-12-03

일요일 오후

이상하게 종로에 가고 싶었다.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을씨년 스러웠지만 하늘이

맑고 깨끗해서 자꾸 나가고 싶었다.

평일엔 직장과 집을 오락가락하며 다람쥐 체바퀴돌듯

세월을 보내느라 학창시절에 그리도 자주 갔던 종로

통을 멀리했으니...

시내버스는 뻥 뚫린 일요일 거리를 한 풀듯이 시원하게

달려 단박에 종로2가에 내려주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종로거리가 아니었다.

상점에서는 간판과 물건이 인도를 점령하다 시피하고

맞은편엔 노점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여유는 그리 넓지가 않았다.

그러자니 서로 부딪히기가 예사이고 부딪혀도 미안하단

눈인사 한번 건네는 사람도 드믈다.

고개를 쳐들고 좀더 시야를 넓혀보니 온 거리가 노점상 일색이었다.

그렇다고 단정하게 정리된 노점상은 단 한군데도 없다.

물건들과 집기들이 삐져나오고 음식찌꺼기나 그릇 씻는

물이 도로로 흘러 지져분하고 냄새까지 진동하여 누구를 위한

거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인파는 갈 수록 늘어나고 인도는 숨막히게 좁아지고 그야말로

"무질서" 그 자체였다.

노점상이나 상가의 생존권에 대해서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관계당국에서 아무런 제한이나 규제없이 이렇게 수도 서울의

거리를 이렇게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거라는 생각이 거듭든다.

민중연대 산하 40여개 단체에서 어제 노동,농민, 빈민들이 대거

집회를 했다고 한다.

그 내용중에서 영세 노점상 단속반대의 항목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 타결점을 어떤선에서 찾아야 하는지 관계당국에선

심사숙고 해야할 일이다.

왜냐하면 내년이면 관광 월드컵이 열리게 되어있고

관광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상당히 고심해야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에 말이다.

나는 월드컵을 중요한 행사라고 보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이런 기회에 국민의식을 높이고 관광한국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계기

되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충심으로 기원한다.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무사안일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관계 당국이나 국민 개개인이 적극 참여하여 단정하고 아름다운

거리문화와 서로를 배려해주는 인간미가 넘쳐나는 서울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종로 걷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날은 더욱 추어지고 모든 주위 풍경이 짜증스럽고 피곤하여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하늘은 언제나 맑고 푸르렀다.